安 “비겁한 공작” 정면돌파 의지
천정배 김한길은 불편한 기색
현역 의원들 선거 유불리 계산
통합 명분 탈당한 박지원ㆍ권노갑
양당 교두보 역할 나설 가능성
가시화 땐 김한길계 행보가 관건
국민의당이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의 야권통합 발언으로 휘청거리고 있다. 창당 깃발을 들었던 안철수 공동대표가 “합당은 없다”고 이틀째 선을 그었지만, 당장 선거를 앞둔 다른 현역의원 17명의 고민은 깊어지는 모습이다. 벌써 정치권에선 더민주와의 다양한 시나리오가 등장, 국민의당 원심력은 급격히 커지고 있다.
신당의 구조적 한계 드러낸 야권통합 논란…安, 강한 의지로 정면돌파 시도
김 대표가 던진 야권통합 카드에 국민의당이 혼란에 빠진 것은 인적 구성의 한계 때문이다. 국민의당은 크게 안 공동대표와 천정배 공동대표, 김한길 상임 선거대책위원장의 세 축으로 이뤄져 있다. 안 공동대표는 호남 세력 규합을 위해 천 공동대표에게 당권의 일부를 나눠주고, 정치공학에 밝은 김 위원장에게 선거 실무를 총괄토록 위치를 설정했다. 하지만 이들의 결합은 시너지 효과가 아닌 마이너스에 가깝다. 천 공동대표는 수도권 출마를 권유하는 당내 여론을 거부하면서 ‘호남 물갈이’에 정치력을 집중하고, 김 위원장은 안 공동대표의 핵심 실무진과 선거 판짜기에 이견을 보이면서, 최근 당 미래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커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내 핵심인사는 “신당이 성공하려면 간단하고 명료한 정치적 메시지로 정치적 위치 선점을 재빨리 하는 것이 관건”이라며 “치고 나가야 할 때 지도부가 각자 다른 방향으로 노를 저으며 체력만 소진하던 당의 민 낯이 김종인 대표의 한 방에 여실히 드러났다”고 씁쓸해 했다.
안 공동대표 역시 당의 구조적 한계를 인정하고 있지만, 내부결속을 다지면서 동시에 외부 동력을 끌어올 돌파구는 쉽게 찾지 못하고 있다. 총선을 40일 앞둔 상황에서 당 지도부를 교체할 수도 없고, 새로운 인물 영입으로 인한 외부적 충격 효과도 생각보다 미미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안 공동대표는 3일 고향인 부산을 찾아 “단일화, 통합 그 이야기 밖에 하지 못하는 무능하고 무책임한 야당(더민주)으로는 정권교체의 희망은 없다”며 김 대표의 발언을 ‘비겁한 공작’이라고 규정했다. 강한 의지를 표명하는 방식으로 우선 당 현역 의원들에게 부산발 경고의 메시지를 보낸 셈이다.
하지만 천 공동대표와 김 위원장은 안 공동대표의 부산 발언에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다. 천 공동대표는 “앞으로 논의해 보겠다”고만 말했으며, 김 위원장은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김 위원장의 최측근은“새누리당의 1당 독재를 막기 위한 명분을 가지고 야권통합을 접근 중인데, 적어도 절제된 표현을 쓰면서 말해야 했다”고 비판했다.
국민의당 야권통합 시나리오, 박지원 움직임에 호남ㆍ김한길계 동조 여부가 핵심될 듯
안 공동대표의 의지에도 불구하고 국민의당 내에선 야권통합 시나리오가 고개를 들고 있다. 현역 의원들 사이에서 “당 지지율 하락으로 ‘안철수 효과’가 사라지고 있다”는 정서가 넓게 공유되면서, 자신의 선거에서 유불리를 따지는 흐름이 커진 것이다.
야권통합 움직임이 가시화된다면, 그 선두에는 2일 입당한 박지원 의원과 권노갑 전 더민주 상임고문 등 동교동계가 설 것으로 예상된다. 더민주 탈당 명분이 야권통합인 박 의원과 더민주와 대화의 끈을 놓지 않은 동교동계가 두 당 사이 메신저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이 움직일 경우 동조할 당내 세력으론 우선 대다수의 호남지역 현역 의원들이 꼽힌다. 천 공동대표를 포함한 이들은 ‘호남은 각자 경쟁, 수도권만 더민주와 연대’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다만 이들은 ‘친노 패권주의’에 대한 거부감이 여전해 더민주가 어떤 수준에서 정치적 사과를 할지가 관건이 될 수 있다.
여기까지 통합 시나리오가 진행되면 남은 키는 김한길계가 쥘 것이란 관측이다. 김 위원장의 결단에 따라 각자 다른 입장을 가진 계파 의원들이 입장을 바꿀 가능성이 높고, 안 공동대표를 설득할 사람도 김 위원장 밖에 없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합당의 득실을 현실적으로 따져야 한다”는 실리적 입장에서 최근 야권 인사들과 접촉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위원장까지 통합파로 돌아설 경우 국민의당에는 안 공동대표와 그의 측근 실무진과 그가 직접 영입한 신진 인사가 남게 된다. 현역 의원 중에는 불출마를 선언한 신학용 의원과 선거구 획정안 통과로 지역구인 광주 동구가 쪼개진 박주선 의원 정도만 잔류할 것으로 예상된다.
야권의 한 의원은 “대권을 노리는 안 공동대표는 제3당이란 정치적 명분을 최우선으로 삼아 야권통합에 반대할 수 있지만, 현역 의원들은 당장 총선에서 살아남는 것이 1순위”라며 “생존을 위해 국민의당 의원들이 더민주 동향을 물어보는 일이 늘어나는 등 상황이 심상치 않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정재호기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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