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정명훈 측이 박현정 대표 명예훼손”…기존 서울시 발표와 정반대 결과
박 대표 폭언 부분 경찰 “업무상 질책 용인될 정도” 발표는 논란
박현정 전 서울시립교향악단 대표와 서울시향 단원들 간 성추행ㆍ폭언 공방에서 경찰이 박 전 대표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박 전 대표의 잘못을 지적했던 기존 서울시 발표와는 정반대 결과여서 또 다른 진실 공방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서울경찰청은 박 전 대표와 관련된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정보통신망법 상 명예훼손)로 곽모(40)씨 등 서울시향 전ㆍ현직 직원 10명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3일 밝혔다.
양측 공방은 2년여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울시향 직원 10여명은 2013년 2월 취임한 박 대표가 재임 기간 남자 직원 성추행, 인사 전횡, 폭언 등을 했다는 호소문을 2014년 12월 3일 발표했다. 조사에 나선 서울시 시민인권보호관은 같은 달 23일 “박 대표의 성희롱 및 언어폭력에 의한 인권침해가 이뤄졌다”며 직원들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경찰 조사 결과는 반대였다. 경찰은 2013년 9월 회식 자리에서 박 전 대표가 곽씨를 성추행 했다는 주장에 대해 “회식 참석자 진술 상 성추행 상황은 없었고 화기애애하게 마무리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곽씨가 진술한 당시 정황에 일관성이 없고, 거짓말 탐지기 결과 거짓 반응이 나왔고, 현장조사 결과 목격자 2명의 진술도 신빙성이 없었다는 점이 경찰 판단 근거였다.
경찰은 또 박 전 대표의 지인 제자 비공개 채용, 지인 자녀 보수 지급 등 인사 전횡 의혹과 공식 석상에서 잦은 폭언을 했다는 주장도 사실이 아니라고 결론을 내렸다. 경찰은 반면 정명훈 전 예술감독 부인 구모(68)씨가 정 감독 비서 백모(40)씨와 총 600여차례 문자메시지를 주고 받는 과정에서 일부 시향 직원들의 호소문 유포를 지시한 정황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구씨가 해외 체류 중인 관계로 조사를 마치지 못했다며 기소중지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키로 했다.
하지만 경찰 발표에도 불구하고 의문은 여전하다. 박 대표는 2014년 12월 서울시 조사에서 ‘새끼’, ‘노예근성’, ‘장기라도 팔아야지’ 등의 표현을 다른 의미로 썼다고 인정한 바 있다. 그러나 경찰은 이번 발표에서 박 대표 폭언 논란과 관련 “업무상 질책은 직장에서 용인될 정도”라고 설명해 일방적으로 박 대표 편을 들어줬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찰이 “호소문 직원 진술 중 일부 사실인 경우도 있지만 핵심 사실을 비롯해 전체적으로 사실이 아니기 때문에 허위로 판단했다”라고 설명한 대목도 고개를 갸웃거리게 한다. 박 대표는 서울시향 직원들의 의혹 제기와 관련해 박원순 서울시장-정명훈 감독 연합 배후설을 제기한 바 있다. 경찰이 야권 유력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박원순 서울시장 흠집내기 차원에서 서울시 조사 결과를 뒤집기 위한 증거 수집에 치우쳤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서울시향과 구씨 측도 잇따라 반발했다. 서울시향은 경찰 발표 직후 “심심한 유감을 표한다”라고 밝혔다. 구씨 측 법률 대리인인 법무법인 지평도 “구씨는 박 전 대표로부터 막말 등의 피해를 입은 피해자들의 사정을 듣고 이를 심각한 인권 문제로 파악해 권리를 찾도록 도와준 것”이라고 반박했다.
김현빈기자 hbkim@hankookilbo.com
손효숙기자 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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