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ㆍ한화 화학부문, 정밀화학 BP화학ㆍ종합화학 인수 매출 20조대 껑충
삼성SDI, 전기차 배터리부문 5년간 2조 투입… 2020년 ‘세계 1위’ 목표
지난해 삼성그룹이 울산지역 사업장을 롯데그룹과 한화그룹에 대거 매각함에 따라 지역의 ‘산업지도’가 바뀌고 있다. 화학 수직계열화와 2차 전지 집중 등 3개 재벌그룹 간 선택과 집중에 따른 시너지 효과 및 글로벌 경쟁력 강화 등 선순환이 기대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3조원대의 화학 빅딜로 롯데에 매각된 삼성정밀화학과 삼성BP화학은 지난달 29일 마지막 주총을 열고 롯데정밀화학과 롯데BP화학으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삼성정밀화학 성인희 전 대표이사는 마지막 주총에서 노조원들과 어깨동무를 하고 ‘님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며 1964년 최초의 민영비료회사로 설립된 한국비료가 1994년 삼성에 인수된 뒤 22년 만에 간판을 내린 소회를 풀었다.
업계는 롯데정밀화학과 롯데케미칼은 사업 중복이 없고 일부 원재료는 상호 통합이 가능하며, 정밀화학 입장에서는 가성소다 등의 제품을 케미칼에 추가 공급할 수도 있어 시너지 효과가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롯데정밀화학으로 간판을 바꿔 단 2일 오전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6.06% 오른 3만9,350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증권업계는 삼성정밀화학에 대해 그간 혹독한 구조조정으로 적자사업 철수와 재무구조 개선을 완료, 올해 영업이익 623억원을 전망하며 투자의견 ‘매수와 목표주가는 5만2,000원을 제시했다.
롯데그룹은 석유화학 부문만 따질 경우 울산에서 SK종합화학, SK루브리컨츠, SK케미칼, SKC 등 4개 계열사를 거느린 SK그룹에 이어 지역 2인자로 급부상하게 됐으며, 3개 사업장 전체 직원 수도 1,600여명에 달한다.
한화그룹도 울산지역에서 석유화학 부문 지형도를 확대하고 있다. 한화그룹은 지난해 5월 삼성종합화학과 삼성토탈(본사 충남 대산)을 인수, 석유화학 부문 매출액을 19조원대로 크게 끌어올렸다. 이에 따라 한화는 석유화학제품의 기초가 되는 에틸렌의 생산규모가 300만톤에 육박, 종전 국내 1위인 롯데그룹(282만톤)이나 LG그룹(220만톤)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 석유화학부문은 올해부터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한편 계열사간 시너지 창출을 강화할 계획으로, 에틸렌 원료인 나프타를 구매할 때 대량 공동 구매를 통해 협상력을 강화하고 있다. 또 나프타-콘덴세이트-LPG로 원료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해 저가 원료를 기반으로 북미는 물론 중동지역 석유화학 회사들과도 경쟁할 수 있게 됐다.
한화케미칼은 전남 여수의 여천 나프타분해설비(NCC)와 충남 대산의 한화토탈 나프타분해설비를 운영하며, 잉여 유분(에틸렌 등)이나 부족한 유분을 상호 교환할 수 있게 됐다.
삼성그룹은 정밀화학과 BP화학, SDI 케미칼부분(롯데그룹), 종합화학(한화그룹) 등 울산지역 3개사를 넘겨 울산에 삼성SDI(배터리 사업과 전자재료사업 부문) 하나만을 남겨두게 됐다. 삼성은 외형적으로는 한 개 회사만을 남겨뒀으나 SDI울산공장에서 생산되는 전기차용 배터리사업을 삼성그룹의 주력사업으로 육성할 계획이어서 주목 받고 있다.
삼성이 울산지역 화학계열사를 넘긴 것은 향후 가파른 성장이 예상되는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 집중해 글로벌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자금을 확보하기 위한 것.
삼성SDI는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 향후 5년간 총 2조원 이상을 투자해 2020년에는 세계 톱 수준을 달성할 계획으로, 화학계열사 매각자금을 생산라인 증설과 배터리 소재 R&D 강화에 집중 투자할 계획이다.
SDI는 글로벌 배터리 제조 기업 중 최초로 중국 시안에 전기자동차 배터리 전용공장을 완공, 양산에 돌입했으며 유럽에도 공장을 신설하는 등 2020년까지 생산규모를 현재의 10배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삼성SDI는 2018년쯤부터는 2차 전지 부문에서 수지균형을 맞춰나간다는 방침이다. 울주군 삼남면 가천리 227만㎡(약 69만평)에 자리잡은 SDI 울산사업장은 1970년 5월 준공됐다.
지역 경제계 관계자는 “삼성ㆍ롯데ㆍ한화그룹이 선택과 집중을 통한 높은 시너지효과 창출로 울산지역 산업생산력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김창배기자 kimcb@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