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우편 발신자명을 바꾸는 수법으로 미국 기업체 최고경영자(CEO)를 사칭해 무역대금을 가로채려던 외국인 유학생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청 사이버범죄대응과는 나이지리아인 유학생 A(31)씨 등 3명을 구속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3일 밝혔다. 이들은 미국 의료업체 O사 대표 이름으로 ‘무역거래 대금을 송금하라’는 전자우편을 해당 회사 재무담당자에게 보내 15만달러(한화 1억8,000여만원)를 편취하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 등은 이메일 서비스에 발신자 이름을 임의로 바꾸는 기능이 있다는 점을 노렸다. 평소 이메일 사용자들이 발신명만 확인할 뿐, 계정은 제대로 살피지 않는다는 사실을 악용한 것이다. 이들은 지난달 13일 나이지리아 현지와 국내에서 이런 범죄를 시도했으나, 일정액 이상 송금 거래가 발생하면 해당 고객에게 송금 진위를 확인하는 미국 금융기관의 콜백 시스템을 통해 꼬리가 잡혔다. 사건을 인지한 미국연방수사국(FBI)은 돈이 입금된 계좌가 국내 은행에서 개설된 것임을 확인하고 우리 경찰에 공조수사를 요청했다. 이에 경찰은 사흘 후 용의자들을 국내 해당 은행의 한 지점으로 유인해 인출책을 검거하고, 주변에서 대기하던 공범 2명도 붙잡았다.
조사결과 범행을 주도한 국내 총책 A씨와 현지총책 B(30)씨는 2012년부터 국내에 체류하며 4년제 대학에 다녔으며, 나머지 2명은 같은 국적의 난민 신청자로 밝혀졌다. 경찰 관계자는 “A씨는 신분이 불안정한 리비아 출신 난민신청자도 꾀어 같은 수법의 범행을 저질렀다”며 “B씨도 국제공조 수사를 통해 검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는 최근 FBI 한국지부로부터 관련 보고를 받고 우리 경찰에 감사를 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성환기자 bluebir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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