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미 텍사스 낙태 제한법 위헌 판정 받나.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미 텍사스 낙태 제한법 위헌 판정 받나.

입력
2016.03.03 16:44
0 0

보수 대법관 중 중도보수 성향의 앤서니 케네디, 진보 손 들어줄 가능성 커

2일 미 워싱턴에 있는 대법원에서 텍사스 주정부의 낙태 제한 법안에 대한 위헌 심리에 착수하자 건물 근처에서 낙태 찬반 집회가 열리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2일 미 워싱턴에 있는 대법원에서 텍사스 주정부의 낙태 제한 법안에 대한 위헌 심리에 착수하자 건물 근처에서 낙태 찬반 집회가 열리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미 연방 대법원이 2일(현지시간) 텍사스 주에서 시행 중인 ‘낙태 제한 법안’에 대한 위헌 심리에 착수했다. 대법원은 1973년 판결을 통해 낙태를 합법화했지만 각 주정부는 이후 매우 협소한 범위 내에서만 낙태를 허용하도록 제한하면서 사실상 대법원의 판단에 반기를 들어왔다. 대법원의 이번 위헌 심리 결과에 따라 미국 사회의 뜨거운 감자였던 낙태 찬반 논쟁에 마침내 종지부가 찍힐 것으로 보여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미 대법원은 이날 텍사스 주의 낙태 제한 법안이 여성의 권리를 침해하는지에 대한 위헌 심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텍사스 주정부는 앞서 2013년 임신 20주 이후 태아의 낙태를 원천적으로 금지하고, 낙태 시술도 반드시 수술실과 충분한 의료 인력을 갖춘 외과 병원에서만 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제정했다.

하지만 이 법안이 지난해 7월 발효된 이후 낙태 시술이 사실상 불가능해지면서 여성들의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법안 발효 이후 시술 가능 병원은 40곳에서 13곳으로 줄어들었고, 비용도 수백 달러에서 수천 달러 수준으로 10배 이상 치솟았다. 그나마 병원들도 텍사스 주에서 오스틴과 댈러스-포트워스, 휴스턴, 샌 안토니오 등 4개 대도시에 몰려있다. 캘리포니아 대학이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텍사스 주의 여성들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집에서 약을 복용하거나 호르몬 주사를 맞고 심지어 배를 때리는 방법으로 집에서 혼자 낙태를 시도한 임신 여성이 약 1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미국 공공보건 저널에 따르면 미 전역에서 임신 여성의 절반 가량이 계획에 없는 임신이라서 낙태 시술을 받고 있다.

이날 심리를 시작한 대법원 건물 근처에서는 낙태 찬반 집회가 동시에 열렸다. 낙태를 찬성하는 여성 인권운동가들은 집회에서 “낙태는 필요에 의한 것일 뿐 사죄할 일이 아니다”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행진했고, 낙태에 반대하는 남성들을 겨냥해 “자궁이 없으면 (낙태에 대한) 의견이 있을 수 없다”는 등의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반면 낙태를 반대하는 시민들은 “여성을 보호하는 것이 삶을 지키는 것”이라는 팻말을 들고 맞불 집회를 열었다. 버니지아 주 기독교 학교에 다니는 애니 파이퍼(19ㆍ여)는 “낙태는 여성을 보호할 수 있는 적절한 수단이 되지 못한다”며 “낙태를 경험한 여성들이 좌절과 낙심에 빠지는 경우를 많이 봤다”고 낙태 제한 법안을 옹호했다.

대법원은 올 6월쯤 판결을 내릴 방침이다. 위헌 판단의 핵심 쟁점은 텍사스 주정부의 낙태 제한 법안이 실제 시술 병원의 수를 줄여 여성들의 낙태 결정권을 침해했는지에 있다. 미 언론들은 보수를 대표하던 앤터닌 스캘리아 대법관이 지난달 사망하면서 대법원의 진보 대 보수 구도가 4대 4로 동률을 이룸에 따라 위헌 판결이 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보수 대법관 4명 중 3명은 낙태 제한에 찬성하지만, 나머지 1명인 앤서니 케네디는 중도 보수를 지향하며 판단에 여지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는 “케네디 대법관은 텍사스 주 법안이 병원 수를 줄였다는 정황이 객관적 자료로 입증되면 진보 대법관들의 손을 들어주겠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