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앨리스는 독립ㆍ혁명의 관성따라 평생을 산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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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앨리스는 독립ㆍ혁명의 관성따라 평생을 산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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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3.03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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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준 교수가 2일 서울 논현동 북티크에서 열린 한국출판문화상 북콘서트에서 현 앨리스의 인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배우한기자 nwh3140@hankookilbo.com

“근현대의 빛이 한 몸에 투과되니 너무나 다양한 스펙트럼의 빛이 나왔습니다. 그 프리즘과 같았던 삶을 한 몸에 품으려다 보니 결국 마모되었던 한 인간이 궁금했습니다. 그게 계속 흥미를 느끼고 따라 들어가게 된 계기인 것 같습니다.”

정병준 이화여대 사학과 교수는 2일 서울 논현동 콜라보서점 북티크에서 열린 한국출판문화상 수상작 북콘서트에서 자신의 책 ‘현 앨리스와 그의 시대’(돌베개) 집필 계기를 이렇게 설명했다. ‘현 앨리스와 그의 시대’는 집요한 자료 추적을 통해 ‘박헌영의 애인’, ‘한국의 마타하리’로만 알려졌던 현 앨리스 생애의 전모를 다 밝혀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 지난해 제56회 한국출판문화상 학술부문 저술상을 받았다. 방대한 자료를 집요하게 추적하기로 이름난 정 교수는 2006년에 ‘한국전쟁-38선 충돌과 전쟁의 형성’(돌베개)으로 한국출판문화상 학술 부문 상을 받았다.

현 앨리스의 삶은 복잡다단하다. 한인 목사 현순의 딸로 태어난 미국 시민권자로 한국에서 3ㆍ1운동을 겪은 뒤 상하이로 건너갔고, 여기서 공산주의를 접했다. 태평양전쟁 발발 뒤 일본과 싸우기 위해 미군 군무원으로 일하게 된 현 앨리스는 도쿄를 거쳐 해방된 서울에서도 근무했다. 이 때 미군 내 공산주의자들과 꾸준히 접촉하고 박헌영 등과 접촉했다는 이유 등으로 다시 미국으로 추방당했다.

미국에 머물던 현 앨리스는 1949년 체코를 거쳐 북한으로 들어갔다가 1956년 박헌영이 처형 당할 때 함께 사라졌다. 북한에겐 ‘미제 간첩’이요, 남한에선 ‘마타하리’요, 미군정에겐 ‘공산주의 악마’였고, 일본에선 ‘공산당 연락원’이었다. 역사와 체제의 거대한 맷돌에서 갈려버린 인물이었다. 1985년 우연히 현 앨리스의 한국 이름 ‘현미옥’을 찾은 이후 30년 추적 끝에 책을 써낸 정 교수는 그렇다고 현 앨리스의 인생에 동정하진 않는다고 했다. “3ㆍ1운동 이후 독립과 혁명의 관성에 따라 평생을 살아간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이를 “3ㆍ1 운동이라는 민족적 열기와 광휘에 눈이 멀어 자신의 의지에 따라 걸어 들어 간 사람”이라는 표현으로 뭉뚱그렸다.

이 과정에서 흥미로운 대목으로 정 교수는 3ㆍ1운동 이후 민족주의 성향의 기독교인들이 소련 공산주의에 매몰됐다는 점을 꼽았다. 민족주의, 기독교라는 단어와 스탈린, 공산주의는 언뜻 전혀 안 어울리는 조합이다. 그러나 서방의 ‘민족자결주의’가 공수표라는 걸 깨달은 이들이 달려갈 곳은 소련 밖에 없었다. 현 앨리스의 아버지이자 미국에서 활동한 현순 목사가 대표적이다. 현순은 1921년 모스크바에서 열린 극동민족대회에 참가하는데, 그 직함이 ‘조선예수교대표회장’이었다. 그러고 보면 김규식ㆍ여운형도 기독교인이었다.

정 교수는 다음에 써보고 싶은 인물로 김규식을 꼽았다. 뛰어난 머리에 까칠한 성격을 지니고서도 대의명분에 헌신했던 인물이어서다. “김규식 선생이 1948년 김구 선생과 함께 평양으로 남북협상을 떠나는 길에 부인에게 이런 말을 해요. ‘못 돌아오면 어떡하지?’북한에 이용당하는 것이고, 비난 받을 것이란 걸 다 알고 있었으면서도 평양행을 택했던 인물이에요. 지사적이면서도 한편으로는 현실적이며 인간적인 면모가 있는 그런 인간의 모습을 담아보고 싶어요.”

한국출판문화상 북콘서트는 3일 세월호 문제를 다룬 편집부문 수상작 ‘금요일엔 돌아오렴’(창비 발행)에 이어 9일 오후 7시 30분 같은 장소에서 교양부문 수상작 ‘노동여지도’(알마 발행) 저자 박점규씨와 독자의 대화로 이어진다.

조태성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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