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 중독에 빠진 40대 가장이 아내와 딸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3일 대구서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2일 오후 11시23분쯤 대구 서구의 한 다세대 주택의 2층 박모(46)씨 집을 수색, 안방에서 박씨의 부인 최모(40)씨와 딸(15)이 숨져있는 것을 발견했다.
모녀는 각각 온 몸에 10여 군데나 칼에 찔려 있었다.
대구서부서가 모녀의 집을 찾은 것은 “강원도 원주에서 투신 자살한 박씨의 가족과 연락이 되지 않는다”는 원주경찰서의 연락을 받고 나서다.
박씨는 이날 오전 11시19분쯤 강원 정선 카지노 인근 한 펜션 주차장에서 자신이 빌린 렌터카 안에 착화탄을 피워놓고 자살을 시도했으나 인근 공사장 인부들에게 발견돼 정선군 내 한 병원을 거져 원주시의 대형 병원으로 후송됐고 상태가 호전돼 일반병실로 옮긴 뒤 오후 9시쯤 병원 8층 옥상에서 뛰어내렸다.
경찰은 박씨의 승용차 안에서 “3월 2일 우리 가족은 끝났다”는 내용이 적인 A4용지 한 장짜리 유서를 발견, 박씨가 가족을 살해한 뒤 고향인 정선으로 이동해 자신도 자살하려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차 안에서는 지난달 29일과 이달 1일 강원랜드 카지노 입장권이 발견된 점에 비춰 카지노에서 도박을 한 것으로 보인다.
조사 결과 도시가스 배관 용접공으로 일했던 박씨는 평소 ‘바다이야기’ 등 도박 게임에 빠져 빚을 많이 졌고 상당액의 사채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 발생 며칠 전에는 직장에서 200만~300만원을 가불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박씨의 친인척과 이웃 주민들은 경찰 조사에서 “박씨가 도박에 빠져서 월급을 가져다 주지 않는 등 집을 거의 돌보지 않았다”며 “이 때문에 하루가 멀다 하고 부부싸움하는 소리가 들렸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이런 진술 등을 토대로 박씨가 도박에 빠져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하는 한편 모녀의 사인과 사망시점 등을 확인하기 위해 대구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했다.
경찰 관계자는 “박씨가 모녀를 살해한 뒤 정선 카지노를 들렀는지 등은 이르면 4일 오전 나오는 부검결과를 받아봐야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광진기자 kjcheong@hankookilbo.com
배유미기자 yum@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