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 여론조사도 않은 채 요구
“솎아내기 위한 정지작업” 뒷말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회(위원장 이한구)가 지난달 26일 대구ㆍ경북(TK) 공천신청자 면접에서 현역 의원들에게 교체지수를 거론하면서 소명서 제출을 요구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교체지수 소명서는 대구 지역 의원들에게만 요구한 것으로 확인돼 이 지역 ‘현역 솎아내기’를 위한 정지작업이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2일 대구 지역 현역 의원들에 따르면 공천관리위원인 김회선 클린공천지원단장은 면접 당시 “교체지수가 높은데 해명할 바가 있다면 당 기획조정국에 서면으로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초선 의원 6명(불출마 이종진 의원 제외)과 중진급 의원들도 모두 소명서를 제출하거나 입장을 알린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공관위는 대구 외 다른 지역에는 교체지수와 관련한 요구를 하지 않았다. 대구의 한 초선 의원은 “기조국에 소명서를 냈는데 뭔가 찝찝한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게다가 새누리당은 공식적으로 현역 교체지수 여론조사를 한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당 기조국 관계자는 이날 “그런 조사를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다른 한 의원은 “다른 루트로 당 지도부에까지 확인했는데 교체지수 여론조사는 없었다”고 전했다. 실체가 없는 여론조사를 가지고 소명서까지 낸 의원들은 뒤늦게 불쾌감과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다른 의원은 “김 단장에게 교체지수 근거를 물었더니 ‘여기저기서 이야기하는 것을 가지고 질문했다’고만 하더라”라고 전했다.
다만 대구 지역 공천 물갈이 대상으로 거론됐던 유승민 전 원내대표에게는 교체지수에 대한 질문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소명서 제출을 요구받은 의원들은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심판론을 제기한 마당에 TK에선 현역 교체지수가 높을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한다. 한 의원은 “지난해 10월쯤 친박계 핵심 A, B의원이 TK 교체지수 여론조사를 돌렸다는 말이 돌았다”며 “공교롭게도 이번 공관위 면접에서 교체지수 이야기가 나와 좀 놀랐다”고 말했다.
한편 서청원계로 꼽히는 박종희 공천관리위원(당 제2사무부총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새누리당 지지도에 못 미치는 현역 의원은 (공천을)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서상현기자 lssh@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