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사 20만명… 10년 사이 4배
수수료에 목매 ‘고아계약’ 많고
불완전판매율 일반 보험사의 2배
“금감원 출신이 민원 무마에 영향력
감사도 별 지적 없이 넘어가” 소문
작년 6월말 현재 국내에서 보험상품을 판매하는 인력은 ▦보험사 전속 설계사(35.2%) ▦일반 독립보험대리점(33.9%) ▦방카슈랑스(30.9%)로 삼등분 돼 있다. 수십년간 익숙했던 ‘○○보험사 전속 설계사’ 체제가 영업환경 변화를 타고 지난 10년간 급속도로 재편된 결과다.
특히 여러 보험사의 상품을 동시에 취급하는 독립보험대리점(GA)은 최근 10년 사이 설계사 수가 4배 가까이(2005년 5만7,000명→작년 6월말 19만7,580명) 급성장했다. 이 가운데 500명 이상 보험설계사를 거느려 웬만한 중소 보험사 못지 않은 파워를 지닌 대형 GA가 2007년 16개에서 작년 말에는 43개까지 급증하면서 보험업계의 물을 흐리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대형 GA는 소비자에게 다양한 보험상품을 비교 판매한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판매 수수료를 주 수입원으로 삼는 구조 탓에 소비자의 형편보다 수수료가 많이 남는 상품 판매에 치중하고 잦은 이직으로 이른바 ‘고아 계약’을 양산한다는 우려가 높았다. 금융감독원이 2009년 GA 관련 통계를 처음 공개할 당시에도 “불건전 영업 감독을 강화하겠다”고 적시했을 정도다. 실제 금감원이 집계한 작년 6월말 기준 GA의 불완전판매 비율(0.42%)은 보험사 전속설계사(0.24%)의 2배 가까이 된다.
또 현행 보험업법상 GA의 불완전판매 책임은 보험사가 지고, 보험사는 GA에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게 돼 있지만 이미 대형 판매업자로 성장한 GA에 ‘을’의 처지로 전락한 보험사가 현실적으로 불완전판매를 제지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계속 제기된다.
실제 현장에선 GA의 불법ㆍ편법 영업에 대한 증언이 끊이지 않는다. 실적을 위해 세미나장 등 특정 장소에 잠재 고객들을 모아놓고 상품내용을 과장 광고하는 이른바 ‘브리핑 영업’이 대표적이다. 한 대형 GA 관계자에 따르면, GA 설계사들이 법정 의무교육인 ‘직장 내 성희롱예방교육’이나 ‘개인정보보호교육’ 자격증을 취득한 뒤 소규모 기업에 무료 교육을 미끼로 방문해 재테크 상담을 병행하며 저축ㆍ연금 보험을 대거 판매하고 있다.
이들은 저축ㆍ연금보험 상품에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10년 이상 유지 시 비과세 혜택’을 마치 특판 상품인 것처럼 강조해 “비과세 및 복리 효과까지 누릴 수 있다”며 일반 은행의 저축ㆍ연금 상품인 것처럼 홍보하고 현장에서 빈 청약서에 일괄 서명만 받아 와 상품계약을 성사시키는 불완전판매를 하고 있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그는 “중도 해지 시 원금을 손해 보는 보험 상품인 점을 뒤늦게 깨달은 가입자들이 민원을 제기해도 GA에 취직한 금감원 출신이 이를 적당히 무마하는 데 영향력을 발휘한다는 소문이 회사 내부에 파다하다”며 “재작년 금감원 감사도 별다른 지적 없이 넘어간 걸로 안다”고 덧붙였다.
김용식기자 jawohl@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