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당국자, 中 유인 카드 첫 인정
“안보 차원” 입장 번복 후폭풍 일 듯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의 한반도 배치 논의가 결국은 중국을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에 끌어들이기 위한 정치적 카드라는 점을 정부 당국자가 처음으로 인정했다. 이는 정부의 기존 입장을 뒤집은 것으로, 미국과의 사드 협의가 시작되더라도 중국의 눈치를 보느라 결론을 내리기 어려울 전망이어서 상당한 후폭풍이 불가피해 보인다.(본보 2월 23일자 1면)
정부 고위관계자는 2일 ‘유엔 안보리 결의에 사드 배치가 영향을 미쳤느냐’는 질문에 “우리가 직접적으로 그것이 영향을 미쳤다, 안 미쳤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과거 사례를 볼 때 중국은 한반도에서 미국의 전략적 존재가 강화되는 것에 굉장히 경계를 해왔다”며 “그런 차원에서 사드 배치는 중국이 계속해서 거론하는 문제”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사드 배치와 관련한) 여러 가지 전략적 결정을 하는 데 있어서, 또 이번에 유엔에서 결정을 하는 데 있어서 일정 부분 상관관계가 있다고 얘기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정확하게 우리(정부)가 그에(사드 배치에) 대해 (미국과 중국간에) 어떻게 (논의가)됐다고 얘기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청와대, 외교부, 국방부는 그 동안 사드 배치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우리의 안보와 국익차원에서 다룰 문제”라며 “중국의 입장이나 유엔 안보리 결의와는 상관없다”는 태도를 고수해왔다. 하지만 이 관계자의 발언에 비춰보면, 미중 양국은 한국을 제쳐두고 사드 배치와 안보리 결의를 주고받는 ‘빅딜’을 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가 마련된 가운데 한미간 사드 논의는 첫 발조차 떼지 못하고 있다. 2014년 사드 배치를 처음 거론한 커티스 스캐퍼로티 주한미군사령관은 지난 달 24일“1주일 내에 첫 회의를 할 것”이라고 공언했지만, 실제 1주일째인 3일까지도 한미간 사드 관련 회의는 예고되지 않고 있다. 회의 시작에 앞서 채택할 약정(TOR) 역시 지난달 23일 돌연 연기된 이후 기약이 없는 상황이다.
이에 국방부는 “미측 내부에서 아직 논의가 진행 중”이라는 말을 되풀이하며 미국의 입만 바라보고 있다. 지난달 7일 북한의 장거리미사일 발사 이후 국방부가 사드 배치를 기정사실화하며 발 빠르게 대응했지만 이후 한 달이 지나도록 아무런 성과가 없는 상태다.
김광수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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