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은 2일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전격적인 야권통합 제안에 허를 찔린 듯한 분위기였다. 그동안 야권연대 및 통합과는 거리를 둬왔지만 총선을 40여일 앞두고도 좀처럼 지지율 상승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데다, 공을 들여온 수도권과 호남에서 커지고 있는 통합 요구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안철수 공동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이 시점에서 그런 제안을 하는 의도가 의심스럽다”며 “먼저 당내 정리부터 하길 바란다”고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안 대표는 2012년 대선 당시 제1야당이었던 민주통합당(현 더민주) 문재인 후보와 후보단일화 논의에 응했다가 결국 후보 사퇴로 이어진 트라우마가 있다.
반면 천정배 공동대표와 김한길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은 안 대표와 결이 다른 입장을 드러냈다. 천 대표는 “경솔하게 답변해선 안 될 일”이라며 “진의를 더 알아보겠다”고 즉답을 피했다. 천 대표 측은 “수도권은 연대하고 호남은 서로 경쟁하는 것도 전략상 나쁘지 않다”며 논의 가능성을 열어뒀다. 총선을 지휘해야 하는 김 위원장도 “여러 의원들과 얘기를 나눠봤는데, 다들 많은 고민이 있고 토론이 더 심화돼야 하지 않느냐고 생각한다”고 했다. 수도권의 경우 야권 후보 난립은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는 구도다. 실제로 이날 국민의당 소속 일부 의원들이 더민주의 통합 제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으나 수도권과 호남 의원 간 이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 부평갑이 지역구인 문병호 의원은 “우리가 탈당한 취지는 더민주의 친노계와 운동권의 패권주의 때문이었다”며 “더욱 과감한 변화의 모습을 보인다면 통합이나 연대를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야권 통합 논의를 ‘선거용 꼼수’라고 비판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구태정치의 부활”이라고 힐난했다. 김영우 수석대변인도 현안브리핑에서 “선거 때만 불거지는 묻지마 연대와 야권 야합이 또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며 “오로지 총선에서 승리해서 의석을 나눠먹겠다는 식의 ‘국민 기만행위’이고 비겁한 ‘선거용 꼼수’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김회경기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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