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오와와 뉴햄프셔에서 선전하며 미국 정치 판도를 뒤흔들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샌더스 돌풍’의 강도가 크게 약화됐다. 1일 ‘슈퍼 화요일’ 경선에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의 격차가 더욱 벌어지면서 “이러다 ‘찻잔 속’으로 가라앉는 것 아니냐”는 논평도 심심찮게 거론되고 있다.
슈퍼 화요일 경선에서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자신의 지역구인 버몬트를 비롯해 오클라호마, 미네소타, 콜로라도 등 4곳에서 승리하는데 그쳤다. 가장 많은 대의원이 걸린 텍사스(252명)를 비롯해 7곳을 클린턴에게 내주면서 패배했다. 당초 선거전문가들이 “샌더스가 경선 동력을 이어가려면 최소 5곳에서 승리해야 한다”고 전망했던 점을 감안하면 샌더스 입장에서는 매사추세츠에서 50%대 49%로 석패한 것이 두고두고 아쉽게 됐다.
아웃사이더 돌풍이 벽에 부딪친 것은 민주당 핵심 지지층인 소수 유색 인종의 표심을 얻는데 실패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샌더스가 승리한 오클라호마는 남부에서 백인 비중이 가장 큰 곳이다. 반면 유색 인종의 영향력이 큰 앨라배마와 텍사스, 조지아, 버지니아에서는 압도적인 표차로 패배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는 “흑인, 라틴계로 대표되는 미국 내 소수 인종들이 결국 클린턴 후보를 승리로 이끌었다”고 분석했다.
당내 지지도와 전국적 지명도가 상대적으로 낮았던 점도 패인으로 지적된다. 샌더스는 정치생활을 시작한 1981년부터 한번도 당적을 가진 적이 없었다. ‘미국 역사상 가장 오랜 무소속 정치가’로 지내다 지난해 4월 뒤늦게 민주당 경선에 뛰어들었기에 당내 기반이 넓지 않다. 심지어 2006년과 2012년 상원의원 선거에서는 민주당 경선에 출마해 승리하고도 본선에서는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됐다. 기존 주류 정치에 대한 ‘분노’와 ‘바람’으로 당내 허약한 기반을 극복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는 설명이다.
샌더스는 네바다와 사우스캐롤라이나에 이어 슈퍼 화요일까지 내리 3연패 하면서 향후 경선 과정에서도 반전을 꾀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많다. 하지만 샌더스는 중도하차를 선언하기 보다는 경선을 계속해 완주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기득권 정치에 대한 개혁의 목소리는 여전히 높고 거세며 이는 샌더스의 든든한 동력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샌더스 역시 그 동안 “주류 정치 개혁”을 주창해 온 만큼 ‘정치 혁명가’라는 자신의 이미지를 전국적으로 심을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강주형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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