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화요일’이 미국 대통령 후보 경선에 등장한 것은 각 주(州)가 대선 가도에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의도에서였다. 선거 초반 여러 주가 한꺼번에 경선을 치르면 후보들과의 접촉면이 넓어지고, 이후 선거국면을 주도할 수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이런 기류는 특히 남부에서 강해 1988년 경선에서는 텍사스 플로리다 테네시 등 10여개 주를 하나로 묶는 ‘지역 경선(regional primary)’이 거론되기도 했다. 그제 치러진 올해 슈퍼화요일 경선을 남부지역 대학 미식축구리그 이름을 따 ‘SEC 프라이머리’라고 부르는 것도 그래서다.
▦ 슈퍼화요일은 정해진 날짜가 없다. 주 정부가 독자적으로 경선 날짜를 정하다보니 슈퍼화요일 날짜도, 참여하는 주도 매번 다르다. 보통 2, 3월에 열리고, 어떤 해는 슈퍼화요일이 한번 이상일 때도 있다. 1984년 민주당 경선에서 월터 먼데일로 후보가 사실상 결정된 것은 세 번째 슈퍼화요일에서였다. 2월 5일 치러진 2008년 슈퍼화요일은 역대 처음으로 양당에서 전체 대의원의 절반이 넘는 24개주가 참여해 ‘기가(Giga) 화요일’ ‘쓰나미 화요일’ ‘ 슈퍼듀퍼 화요일’로 불렸다.
▦ 미국에서 선거는 전통적으로 화요일에 치른다. 특히 총선, 대선은 11월 첫 월요일 다음 화요일로 법에 정해져 있다. 그래서 미국 대선은 빠르면 11월 2일, 늦으면 8일 치러진다. 올해 대선이 8일이다. 화요일을 선거일로 택한 것은 농경사회였던 미국의 문화전통과 관련이 있다. 자동차가 없던 시절 마차를 타고 투표장까지 가려면 온통 하루가 걸렸는데, 안식일인 일요일과 장이 주로 서던 수요일을 제외하고, 투표장까지 이동하는 시간까지 고려하다 보니 화요일로 굳어졌다는 게 정설이다.
▦ 1일 치러진 슈퍼화요일에서 민주당에서는 힐러리 클린턴이, 공화당에서는 도널드 트럼프가 예상대로 압승했다. 당선 가능성을 전국 단위로 검증 받는 첫 무대였던 만큼 두 후보가 양당 대선 후보로 지명될 가능성은 더욱 커졌다. 그러나 공화당은 트럼프의 질주가 달갑지 않다. 막말과 기행으로 자질을 의심받는 데다 두 번의 이혼, 한때 민주당적을 갖고 낙태와 동성결혼을 지지한 전력 등이 보수가치와 어울리지 않아서다. 예전 같으면 슈퍼화요일의 승자를 축하하고 본선에 대비해 전열을 가다듬을 터인데, 이번은 아니다.
/황유석 논설위원 aquariu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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