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가 독주 중인 미 공화당 대선 경선 레이스에 참여하는 민주당 지지자들이 급증하고 있다. 당 소속 여부와 관계없이 일반 유권자의 투표를 허용하는 ‘오픈 프라이머리’를 채택한 지역 공화당 예비경선에서 트럼프 지지표를 던져 트럼프 대항마 찾기에 바쁜 공화당 지도부를 혼선에 빠트리려는 민주당 지지자들의 이른바 ‘역선택’ 작전이 유행처럼 퍼져가고 있는 것이다.
1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오픈 프라이머리를 운영하는 텍사스 등 7개 주에서 트럼프에 유리한 판세가 이어지도록 일부러 공화당 경선장을 찾아 한 표를 행사하는 민주당 지지자들이 늘고 있다. 신문은 트럼프가 본선 무대에 오를 경우 힐러리 클린턴이나 버니 샌더스 등 민주당 후보가 이길 확률이 더 크다는 판단에 이들 지역에서 트럼프를 선택하는 민주당원의 표심이 적지 않다고 보도했다. 이는 트럼프의 인종주의적인 발언과 지나치게 폐쇄적인 이민정책으로 고민에 빠진 공화당 지도부의 불안감에 불을 지피는 것으로 풀이된다.
1일 버지니아 주 공화당 예비경선에 참여해 트럼프에게 표를 던진 민주당 지지자 조셉 램지는 “TV쇼 진행자(트럼프를 비꼬는 말)에게 투표할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라며 “물론 11월 대선에선 클린턴에게 투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가 본선에 오르는 것을 막기 위해 당초 마르코 루비오 후보에게 표를 주려고 생각했다가 마지막에 마음을 고쳐먹고 트럼프를 지지하는 유권자들도 많다. 민주당 지지자인 스티븐 코스는 “여러 번 계산해봤지만 차라리 트럼프가 경선을 통과하는 게 민주당 후보에게 유리하다는 결론이 나온다”고 말했다.
단순히 루비오 후보를 지지하기 위해 공화당 경선장으로 나서는 민주당 지지자들도 적지 않다. 시사잡지 더 애틀랜틱의 칼럼니스트 피터 베이나트는 “루비오가 대통령이 되는 일은 끔찍하지만 그나마 트럼프 열기를 잠재울 유일한 후보임에는 분명하다”라며 “민주당원들은 오픈 프라이머리가 진행되는 지역에서 빠짐없이 루비오를 지지해주길 바란다”고 기고문에서 밝혔다. 매사추세츠 주 케임브리지에 사는 톰 파퀸도 루비오를 찍기 위해 공화당 경선장에 가겠다고 밝히며 “나홀로 루비오를 지지한다고 해서 선거 결과가 바뀔지는 모르겠지만 그나마 상식적인 보수층이 이끄는 세상을 바란다”고 말했다.
김정원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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