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2일 중국의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무디스가 중국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낮춘 것은 1999년 이후 17년 만이다. 무디스가 중국의 신용등급은 ‘Aa3’로 유지했지만 부정적 전망 이후 신용등급 자체가 낮아지는 경우가 많아 세계 경제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이 우려된다.
무디스는 이날 중국의 등급 전망을 하향조정한 이유로 정부의 재정 지표 악화, 자본 유출에 따른 외환보유액 급감, 당국의 개혁 이행 능력에 대한 불확실성 등을 꼽았다. 앞서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 같은 중국 경제의 상황을 거론하며 ‘좀비 경제’라고 칭한 바 있다.
무디스는 먼저 “중국 정부의 재정능력이 약화하고 있으며 지방정부ㆍ국책은행ㆍ국유기업 등과 관련한 채무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난 부채가 중국 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2012년 국내총생산(GDP)의 32.5%였던 정부 부채 규모는 지난해 40.6%를 기록한 데 이어 내년에는 43%까지 높아질 것으로 무디스는 예상했다. 지난달 초 블룸버그통신은 중국의 부채 규모가 많게는 GDP의 300%까지 늘어날 것이란 전문가들의 주장을 전했고, 골드만삭스도 중국의 부채 급증이 국가신용등급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무디스는 이어 “외환보유액 감소가 통화가치와 성장 위험을 부각시킨다”고 우려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지난 1월 중국의 외환보유고는 3조2,300억달러로 2014년 6월 정점을 찍었던 때에 비해 7,300억달러 이상이 줄었다. 특히 지난해 1년 동안에만 5,127억달러가 줄었고, 올해에도 5,000억원 넘게 감소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무디스는 “외환보유액을 이용한 위안화 매입과 달러 매도 등 인민은행의 시장 개입이 자본 유출을 가속화함으로써 유동성 부족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무디스는 정책 결정자들의 신뢰도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무디스는 “국영기업 등의 채무 경감 등 경제성장률 6.5%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각종 정책적 지원이 개혁을 더디게 할 수 있다”면서 “정책 결정자들이 개혁 추진과 시장 변동성 대응 등에서 실패할 경우 중국 정부에 대한 신뢰가 낮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무디스는 다만 중국의 외환보유액 규모가 여전히 상당하고 경제의 불균형을 점진적으로 바로잡을 시간이 있다는 점을 들어 국가신용등급은 현 수준을 유지했다. Aa3는 무디스의 21단계 등급 기준에서 상위 4번째로 대만ㆍ사우디아라비아ㆍ벨기에ㆍ칠레 등이 해당된다. 한국은 프랑스와 함께 이보다 한 단계 높은 ‘Aa2’이다.
무디스의 발표 이후에도 중국 위안화는 역외시장에서 큰 변동을 보이지 않았고, 중국 증시는 오히려 상승했다. 오는 5일 시작될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경기부양책이 발표될 것이란 기대감과 전날 단행된 중국인민은행의 예금지급 준비율 인하가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중국의 국가채무 증가율이 경제성장률을 훨씬 상회하는데다 6% 중반대 성장률 수치에 집중할 경우 국제사회가 요구해온 공급과잉 해소와 금융시장 개방 등의 개혁 조치가 지지부진해질 공산이 크다는 점에서 향후 상황을 낙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베이징=양정대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