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여명 모여 협의회 발대식
“관계사 직원 90% 해고 위기”
정부에 생계 대책 마련 촉구
입주ㆍ협력社도 “피해 구제” 목청
“여러분을 권고 사직시킬 수 밖에 없는 점을 이해해달라, 정말 미안하다.”
개성공단 입주 기업을 지원하는 회사에서 현장 책임자로 일해 온 김모(54)씨는 지난달 15일 개성공단이 폐쇄된 직후 회사 사장으로부터 이러한 통보를 받은 뒤 해고됐다. 사업장을 졸지에 잃은 사장은 김씨 등 직원 4명들 앞에서 이렇게 입을 뗐고 직원들은 어쩔 수 상황을 받아들여야만 했다. 월급 250만원과 맞벌이 하는 아내의 100만원 남짓한 수입으로 대학교 다니는 두 자녀를 뒷바라지 해온 김씨에게 개성공단 전면 가동 중단 결정은 청천벽력이나 마찬가지였다. 생계를 위해 새로운 일자리를 알아보려 나섰지만 50대 중반인 김씨를 선뜻 받아줄 새 직장은 없었다. 당장 자녀들의 새 학기 등록금 1,000만원을 어떻게 마련해야 할 지가 가장 큰 걱정거리이다. 그는 “은행에서 대출을 받고 싶어도 직장이 없어서 퇴짜를 맞았다”며 답답해 했다.
김씨처럼 하루 아침에 일자리를 잃은 개성공단기업 근로자들이 정부에 생계 보장을 요구하며 행동에 나섰다. 개성공단 중단 직후 조직된 개성공단 근로자협의회는 2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발대식을 갖고 “개성공단 전면 가동 중단 결정으로 사업장이 폐쇄되며 집단 사직을 권고받고 해고돼 한 순간에 실업자가 됐다”며 “군사작전을 방불케 하는 정부의 일방적인 결정으로 발생한 기업과 근로자에 대한 피해는 마땅히 정부가 보상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용환 개성공단 근로자협의회장은 “개성공단 입주기업, 영업기업(지원회사), 협력업체 등 279개 업체에서 근무했던 임직원 2,000여명 중 이미 80~90%가 해고됐거나 해고될 위기에 처해 있다”며 “실직자가 된 모든 근로자에게 생계보조금을 지급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발대식 현장에는 600여명의 근로자들이 모였다. 모두 김씨처럼 개성공단 폐쇄로 하루 아침에 일자리를 잃었거나 권고 사직 위기에 몰린 이들이다. 개성공단에 입주한 가방 제조업체에서 2007년부터 일해 온 안모(66)씨도 “개성공단에만 공장이 있는 회사가 조만간 권고 사직 얘기를 꺼낼 것 같아 구인광고를 보고 다른 기업들을 직접 찾아가 봤지만 나이를 보더니 모두 면접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고 하소연을 했다. 안씨는 정년을 넘긴 후에도 회사에 요청, 월 250만원의 계약직으로 근무를 하고 있었다.
개성공단입주기업 모임인 개성공단기업비상대책위원회도 이날 비상대책 총회를 열고, 근로자 생계 대책 등 합리적인 보상을 정부에 촉구했다. 정기섭 개성공단기업비대위원장은 “개성공단에서 일해 온 사람들중에는 고용보험 혜택조차 못 받는 근로자가 많았는데 이들은 현재 정부 규정 상 아무런 지원 대책을 받을 수 없는 실정”이라며 “이미 발표한 대출 위주의 지원 대신 기업인과 거래업체 피해 구제, 근로자 생계 대책을 정부가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개성공단 입주기업의 협력업체들도 모임을 구성하기로 했다. 협력업체 모임을 주도하고 있는 박봉수 동양테크놀러지 대표는 “정부가 4차례에 걸쳐 내놓은 대출, 왼국인근로자 한도 확대, 고용보험, 세제 혜택 등의 대책에 협력업체가 해당되는 건 아무것도 없다”며 “입주기업 등과 협력해 합당한 보상과 대책을 받을 수 있도록 목소리를 내겠다”고 말했다.
박민식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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