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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프 24시] NC 투수 이재학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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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프 24시] NC 투수 이재학의 하루

입력
2016.03.02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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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선수들에게 스프링캠프는 한 시즌 농사의 씨앗을 뿌리는 곳이다. 추위를 피해 따뜻한 해외로 나가기는 하지만, 50일가량 이어지는 강행군 속에 이국의 정취를 즐길 여유는 별로 없다. 선수들은 캠프에서 하루하루를 어떻게 보낼까. 한국스포츠경제는 일본 오키나와와 미국 LA 현지에서 타자와 투수 1명씩의 캠프 24시를 밀착 취재해 2회로 나누어 소개한다.

▲ 캐치볼을 준비하는 이재학. /사진=김지섭기자

<2> NC 투수 이재학(26)

08:00

오늘도 어김없이 모닝콜 알람이 울린다. 하루 중 가장 싫은 시간이다. 아침에 일어나는 건 언제나 힘들다. 너무 늦게 잠드는 것도 아닌데. 알람을 맞춰놓지 않으면 일어나지 못한다. 알람이 울려도 한 번에 일어나지 않고 뒤척이다가 일어난다.

09:10

아침을 먹으러 숙소 내 식당으로 간다. 아침은 반드시 챙겨 먹는 것이 습관이다. 아침을 안 먹으면 몸에서 뭔가 빠져나가는 느낌이 든다. 식사 메뉴는 빵, 토스트, 스크램블, 소시지, 요거트, 우유, 과일 등이 놓여있는 흔한 호텔 조식 뷔페 스타일이다. 아침은 언제나 배에 부담을 느끼지 않는 선에서 마무리.

10:30

식사를 마치고 방에 돌아가 씻고 여유를 좀 갖는다. 2차 캠프 LA로 넘어와서는 거의 매일 경기가 있고, 야간 경기도 잡혀 있다. 오늘은 3일 만에 경기가 있는 날. 앞서 4일 연속 낮 경기를 했는데 오늘부터 야간 경기에 들어간다. 이제 하루가 길어지는 느낌이다. 씻고 난 다음 간단히 숙소 웨이트 트레이닝장에서 가벼운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어준다.

12:00

기다리던 점심 시간이다. 점심은 도시락이다. 도시락이라고 해서 무시하면 안 된다. 현지 한식당에서 준비를 해주는데 양도 푸짐하고 식당 아주머니의 정성이 느껴진다. 오늘 메뉴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제육볶음. 이것 하나만 있으면 다른 반찬들에는 딱히 눈길이 안 간다. "이모, 저 밥 좀 더 주세요."

13:30

든든하게 배를 채웠으니 이제 경기장으로 나가볼까. 경기 장소까지 버스로 넉넉히 1시간은 걸린다고 한다. 휴대전화를 들고 '음악 애플리케이션'을 연다. 내 재생 목록에는 신나고 리듬감 있는 곡으로 가득하다. 그 중 첫 곡으로 듣는 음악이 하나 있다. 태연의 '아이(i)'다. 이 곡을 들으면 '하루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는구나'라고 느낀다. 그리고 전날 자기 전에 썼던 훈련일지를 꺼내 다시 한 번 읽어보는 시간을 갖는다.

▲ 어깨 보강 훈련. /사진=김지섭기자

14:30

야구장에 도착했다. 오늘은 풀러턴대학과의 평가전이다. 다시 한 번 느끼지만 미국 대학 팀들의 경기장은 시설이 참 좋은 것 같다. 짐을 풀고 나면 전체 미팅을 하고 그 다음 파트별로 모여 전달 사항을 듣는다. 미팅이 끝나면 워밍업으로 몸을 풀고 가벼운 캐치볼을 한다. 내일 USC전에 선발 등판이 예정돼 있어 오늘은 간단히. 그렇다고 마냥 노는 건 아니다. 어깨 보강 훈련을 하니까 오해는 금물.

16:30

우리가 원정 팀인데 먼저 훈련을 진행한다. 그래서 상대 팀이 훈련할 때는 여유가 좀 있다. 야간 경기라 시작 전 배를 채운다. 샌드위치와 빵, 바나나, 에너지바가 들어있는 간식 한 봉지를 챙겨 동료들과 나란히 앉아 먹는다. 오늘 빵은 한국 상표의 단팥빵. LA에는 역시 없는 게 없다. 간식까지 다 먹으면 즐겁게 수다를 떠는 시간이 온다.

▲ 간식을 먹는 이재학. /사진=김지섭기자

18:00

플레이 볼. 오늘 경기부터는 베스트 전력이 나선다. 크리스 스튜어트도 첫 등판이다. 작년 후반기에 공이 엄청 좋았는데 역시 몸을 잘 만들어왔네. 공이 살벌하다. 지금 (이)민호의 공도 장난 아닌데. 다시 한 번 느낀다. '우리 팀은 나만 잘하면 되는구나'라고. 상대 팀 투수들은 이름이 안 적혀 있어 누가 누군지 잘 모르겠지만 한 명이 눈에 띈다. 시속 150㎞ 정도 나오는 공을 계속 뿌린다. 이 선수 나중에 한국으로 오는 건 아니겠지?

21:30

경기는 10-1로 우리가 이겼다. (박)석민이 형도 처음 나갔는데 2안타 2타점을 올렸다. (에릭) 테임즈가 못 쳐도 많은 점수가 난 걸 보니 확실히 타선이 강해진 것 같다. 숙소로 돌아가는 버스 안은 다들 피곤한 나머지 언제나 그렇듯 고요하다. 더구나 첫 야간 경기를 치렀으니까. 깜깜한 밤이라 나도 잠이 든다.

22:30

밤에 경기를 하니까 하루가 길다. 숙소에 도착해 먼저 배를 채우러 식당에 간다. 저녁 식사는 점심처럼 한식 도시락이다. LA 갈비와 왕만두에 튀김류, 김치까지 역시 푸짐하다. 한국 사람은 역시 국이 최고의 반찬 아닐까. 시래기 국이 맛있다.

23:00

하루 중 가장 행복한 시간이다. 씻고 나면 바로 침대에 몸을 맡긴다. 사실 이 때가 정말 바쁘다. 친구들과 카톡(카카오톡)을 하고 부모님과 보톡(보이스톡)을 하며 안부를 전한다. 그리고 잠들기 전 일지 쓰는 것으로 하루를 마무리한다. 그 동안 2차례 나가서 던지는 느낌이 안 좋았는데 내일은 직구가 낮게 들어가도록 신경 써봐야겠다. 체인지업은 괜찮은 것 같은데 다시 한 번 테스트 해보자. 투심과 슬라이더는 이제 좀 익숙해질까. 생각대로 잘 들어가는지도 다시 점검해봐야겠다. 일지도 다 정리했으니 다시 휴대전화를 들고 누워 한국에 어떤 일이 있는지 뉴스를 본다.

24:00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리다 그대로 잠이 든다.

LA=김지섭 기자 onion@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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