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은 프로야구단의 스프링캠프에 최적의 장소로 평가 받는다. 대부분 국내 팀들은 메이저리그 구단이 쉬는 1월 중순부터 2월 초까지 미국 애리조나에서 훈련을 하다 2차 캠프를 일본으로 옮긴다. 이 즈음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캠프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KBO리그 막내 두 팀 NC와 kt는 올해 캠프 기간 내내 미국에 남았다. 지난해부터 NC가 먼저 1차 애리조나, 2차 LA에 캠프를 차렸고, 이번에 kt가 같은 길을 택했다. 두 팀은 현지 지역 대학 팀들과 마이너리그 연합 팀을 상대로 실전 감각을 다졌다. 또한 서로 애리조나에서 4차례, LA에서 3차례 맞붙었다. 일본 오키나와리그 못지 않은 ‘LA리그’를 완성했다.
NC와 kt는 LA에서 단순한 연습 경기 이상의 꿈을 그리고 있다. 현지 교민을 대상으로 경기를 적극홍보하고, 캠프 지역의 시장(市長)이 구단을 방문하는 등 적극적인 교류와 한국프로야구 알리기에 집중했다.

NC는 지난달 21일 kt와 평가전을 유료로 진행하려고도 했다. 현지 날짜로 주말이었고, 경기 장소도 교민들이 많이 사는 지역에 위치한 플러턴대 구장으로 미리 섭외를 했다. 또 창원에서 원정 응원단을 부르고 푸짐한 경품까지 준비했다. 시구는 ‘코리안 특급’ 박찬호(43)가 맡기로 했다. 그러나 경기에 앞서 내린 비로 그라운드 사정이 좋지 않았고, 부득이하게 장소를 바꿀 수밖에 없었다. 예정된 행사도 취소했다.
NC가 준비한 계획은 물거품 됐지만 한국 야구의 새로운 길을 여는 도전은 계속될 전망이다. 김경문(58) NC 감독은 “미국에서 계속 좋은 시도를 하고 있는데 우리도 언제 메이저리그 구장에서 경기를 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라며 “메이저리그 구장 그라운드를 밟으면 우리 선수들도 더욱 큰 동기를 부여 받고 꿈도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 말을 들은 배석현 NC 단장은 “접촉을 해보지는 않았지만 더 많은 팀들이 오면 추진할 만하다”면서 “네 팀 정도만 된다고 하면 (LA 다저스 홈) 다저스타디움을 빌려 주말에 2경기씩 서로 맞붙는 경기로 진행하고, 유료 경기로 하면 성사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조범현(56) kt 감독 역시 “두 팀이 더 오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고, kt 구단 관계자도 “팀만 더 늘어난다면 KBO(한국야구위원회) 차원에서 움직여도 괜찮다고 본다”고 밝혔다.
현재 미국행을 고려할 만한 팀들은 있다. 오키나와에서 연습 구장 없이 ‘메뚜기 생활’을 하는 넥센과 가고시마에서 추운 날씨 속에 힘들어하는 롯데가 후보들이다. 나머지 팀들은 대부분 오키나와 지자체와 협약을 맺고 있어 움직이기 쉽지 않다.
다저스타디움은 비용만 맞으면 문은 열려 있다. LA 지역 대표적인 라이벌 UCLA와 USC의 미국대학스포츠협회(NCAA) 맞대결은 다저스타디움에서 펼쳐지고 있다. 또한 현지 동포들은 연습 경기라도 입장료를 내는 문화에 익숙하다. NC와 현지 대학 팀의 경기는 대학 측에서 입장료(5~10달러 수준)를 받았음에도 교민들이 찾았다. 한국프로야구 구단들이 메이저리그 구장에서 경기를 하는 것은 단순히 꿈만은 아닌 듯 하다
LA=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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