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렉스 테세이라/사진=프로축구연맹 제공.
중국발 황사머니가 서서히 위력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아시아 축구, 나아가 세계 축구의 지형도까지 변화시킬지 주목된다.
중국 슈퍼리그(1부리그) 클럽들은 1일(한국시간) 열린 2016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경기서 모두 승리했다. 장쑤 쑤닝은 K리그 최강 전북 현대를 3-2로 꺾었고, 산둥 루넝은 부리람(태국)을 3-0으로 제압했다. 장쑤는 지난 겨울 이적시장에서 브라질 국가대표 출신인 알렉스 테세이라(약 667억 원)와 하미레스(약 435억 원), 조(약 26억 원)를 비롯해 호주 대표팀 출신 트렌트 세인스버리(약 13억 원) 등을 영입하는 데 성공했다. 최근 두 달 사이 장쑤가 지불한 이적료는 무려 1,100억 원이 넘는다.
AFC는 "중국 슈퍼리그 소속 16개 클럽이 1월 지출한 선수 이적료는 2억5,890만 유로(약 3,521억 원)에 이른다"고 최근 발표했다. 이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약 3,363억 원)를 넘는 수준이며 이탈리아 세리에A(약 1,178억 원), 독일 분데스리가(약 652억 원),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약 435억 원)에 비해선 몇 배 많은 액수다.
중국 축구의 이러한 움직임 뒤에는 국가 주석인 시진핑(63)이 있다. 시진핑은 축구 부흥 정책의 일환으로 프로축구 구단들의 스타 영입을 독려하고 있다. 국가 주석의 '축구 굴기(축구를 일으켜 세움)' 의지로 중국 축구 시장은 급격히 팽창하고 있다. 미국 스포츠전문매체 ESPN은 지난달 "세계 축구계에 '파워시프트(권력 이동)'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며 중국 축구가 세계 축구 지형도에 미칠 영향을 전했다.
중국 클럽들이 영입하는 선수의 이름값이나 기량은 점점 화려해지고 있는 추세다. 과거 슈퍼리그는 전성기가 지난 선수들이 은퇴 전 거치는 리그 중 하나였다. 첼시 전설 디디에 드록바(38ㆍ몬트리올 임팩트)나 프랑스 국가대표 출신 니콜라스 아넬카(37ㆍ뭄바이시티)가 중국행을 결정한 2012년까지만 해도 슈퍼리그는 한 시대를 풍미한 선수들이 선수 생활을 무난하게 마무리하기 위해 가는 곳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전성기를 맞은 스타나 현역 국가대표들까지 대거 슈퍼리그로 이동하고 있다. 뎀바 바(30ㆍ상하이 선화), 아사모아 기안(31ㆍ상하이 상강), 파울리뉴(28ㆍ광저우 에버그란데) 등이 그 예다.
한준희 KBS 축구해설위원은 본지와 인터뷰에서 "1970~1980년대 북미축구리그와 1990년대 일본 J리그는 지금의 중국 슈퍼리그보다 화려한 멤버를 구축했었다. 펠레, 프란츠 베켄바워, 조지 베스트, 요한 크루이프가 모두 미국에서 뛴 적이 있고 J리그에도 게리 리네커, 드라간 스토이코비치, 카를로스 둥가 등이 활약하던 시절이 있다. 가브리엘 바티스투타, 라울 곤잘레스, 사비 에르난데스 등은 중동에 둥지를 튼 바 있다"며 "구단이 에이전트들을 통하면 지구상의 어떠한 선수들과도 연결할 수 있고, 선수가 메일 한 통이면 어떠한 클럽과도 접촉이 가능하다. 축구는 지구촌 전체가 국제축구연맹(FIFA)의 룰에 의해 오픈 마켓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구단이 어떤 선수든 영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준희 해설위원은 이어 "미국, 중국, 중동, 인도 등 다양한 시장이 현존한다. 선수와 구단의 의사, 거래 조건만 맞는다면 원칙적으로 모든 이적이 가능한 상황이다"며 중국 슈퍼리그의 과도한 스타 영입도 이러한 흐름의 하나로 보면 될 것 같다고 강조했다.
박종민 기자 mini@sporbiz.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