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ㆍ13 총선 격전지 맞수] 인천계양을 더민주 송영길 vs 국민의당 최원식
인권변호사 등 함께한 지역 일꾼들
분당 사태로 피할 수 없는 싸움에
“최, 탈당으로 野 인천 교두보 위태”
“송, 정치 재기 위해 쉬운 지역 선택”
정치판에서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 되는 건 부지기수다. 4ㆍ13 총선에서 인천계양을 지역구를 놓고 격돌할 인천시장 출신의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와 최원식 국민의당 의원도 그런 경우다. 1963년생 동갑내기에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활동 등 나란히 노동ㆍ인권 전문 변호사로 지역사회에 기여하던 이들은 시장(송영길)과 지역 국회의원(최원식)이 되어서도 한솥밥을 먹으며 호흡을 맞춘 정치적 동지였다가 분당 사태로 외나무다리 혈투가 불가피하게 됐다.
두 사람의 대결 구도는 지난달 15일 최 의원이 재선 도전을 선언한 데 이어 출마 지역을 놓고 저울질하던 송 전 시장의 마음이 최종적으로 계양을로 기울면서 본격화 했다.
송 전 시장은 지난달 29일 예비후보 등록을 마친 직후 인천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계양에서 다시 힘을 모아준다면 총선 후 전당대회에 당 대표로 출마해 야권 혁신의 기수가 되겠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계양구는 송 전 시장이 16ㆍ17ㆍ18대 국회의원에 내리 당선된 정치적 고향이다. 인천시장까지 지낸 만큼 인천 연수 등 험지로 나가 야권 확대와 단일화에 기여하는 큰 정치인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송 전 시장은 결국 ‘어머니의 품’을 선택했다. 새누리당에선 내과의사인 윤형선, 강화군수 출신의 안덕수 예비후보가 몸을 풀고 있는데, 야권의 분열로 새누리당이 반사이익을 누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날 인천시청에서 만난 송 전 시장은 “계양갑ㆍ을, 부평갑 등 인천 북부지역 의원 3명이 탈당해 야당의 인천 교두보가 위태로운 상황”이라며 “내가 나서서 중심을 잡아야 주변 지역이 모두 살 수 있다. 인천 정치를 복원하겠다”고 말했다. 전략적 요충지로서의 입지를 설명하듯 이날 인천 지역의 더민주 예비후보 10여명이 송 전 시장의 출정식에 함께 해 힘을 실었다.
여의도를 오가며 국민의당 수석대변인 역할을 하는 최 의원도 이미 본격적인 선거운동에 시동을 건 상태다. 지난달 27일에는 계양구 경인교대 대운동장에서 열린 지역단체 주최 행사에 참여해 한 표를 호소했다. 현장에서 만난 최 의원은 “송 전 시장이 탈당을 문제 삼고 있지만, 그 자신도 탈당을 여러 번 한 인물”이라며 “자신의 정치적 재기를 위해 제일 쉬운 지역을 선택했다는 비난을 비켜가기 어렵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계양에서 3선 의원을 지내고 그 덕에 시장까지 지냈으면 지역을 좀 챙겨줄 만도 한데, 주민들의 불만이 보통이 아니다”며 “계양이 송 전 시장의 손을 다시 잡아줄지는 지켜볼 일”이라고 꼬집었다.
송 전 시장은 지난 2014년 지방선거에서 인천시장 재선에 나섰다가 2만여 표차로 패했다. 선거기간 세월호 사건 여파로 야권에 유리한 국면이 조성된 것으로 보였고, 실제로도 각종 여론조사에서 유정복 새누리당 후보를 10%포인트 가까이 앞섰지만 결과는 의외였다. 그 충격으로 중국으로 유학을 떠난 송 전 시장은 지난해 7월 귀국해 본격적으로 정치적 부활을 준비하고 있다.
“인천 정치 복원”을 외치며 재기를 노리는 송 전 시장과 이곳에서 나고 자라 일까지 한 터라 “이곳 아니면 갈 곳이 없다”며 한 치 양보 없는 기싸움을 펼치고 있는 최 의원이 주목 받는 이유 중 하나는 30년에 이르는 두 사람의 인연이다.
1985년 고시준비생이던 최 의원은 친구 소개로 노동운동에 뛰어든 송 전 시장을 만났다. 송 전 시장이 주안역 앞 보성관광호텔 신축현장을 누빌 때다. 최 의원은 “이후 송 전 시장이 인천 부평에서 노동자 인권교육기관인 민중교육연구소를 설립할 때 사법연수원에서 받은 월급을 쪼개서 주기도 했다”고 일화를 소개했다. 주변에서는 같은 문제의식을 가지고 약자 편에 서서 땀을 흘린 두 사람을 ‘정치적 동지’로 규정해왔다. 야권의 한 관계자는 “최 의원은 인천시민연대 등 다양한 시민단체를 이끌며 기획ㆍ전략통으로 활약한 반면, 송 전 시장은 노동자들과 직접 부딪히며 문제해결에 나선 현장형이었다”며 “인천 입장에서 보면 큰 일꾼 두 명이 싸우게 되니 큰 손해”라고 말했다.
탈당으로 갈라선 이들이 총선을 앞두고 힘을 합칠 가능성은 대단히 낮아 보인다. 최 의원은 “더민주가 최근 좀 바뀌는 모양을 하고 있지만 조정ㆍ타협은 안중에 없는 죽음의 정치 구태에서 벗어나긴 힘들다”며 “그런 운동권 세력으로는 집권을 할 수 없고, 그런 야당의 미래를 보고 감행한 탈당과 창당인 만큼 연대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못 박았다. 최 의원은 “문제 제기는 시민단체들의 영역이고, 정치는 해답을 내놓아야 한다”며 “문제제기에 그치는 정치, 싸움의 정치가 아니라 해답을 주는 정치로 차별화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송 전 시장은 “안철수 의원에게 지금과 같은 소선거구제 하에서는 제3당이 존재하기 어렵고 그렇기 때문에 신당 창당은 야권 분열로 갈 수밖에 없다고 이야기를 했다”며 “정권 교체를 위해 탈당하겠다는 것은 모순이자, 결국 국회의원을 더 하기 위한 탈당밖에 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그는 그러면서 “이렇게 당을 분열시키는 정치인들은 이번 총선에서 준엄한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각을 세웠다. 동지에서 정적으로 갈라선 두 사람의 운명의 날이 다가오고 있다. 인천=정민승기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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