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1일 3ㆍ1절 기념사에서 국회의 입법 직무유기를 비판하며 “이럴 때일수록 국민 여러분의 진실의 소리가 필요하다”고 말해, 야당과 여권 비박계에 대한 총선 심판론을 다시 제기한 것이라는 해석을 낳았다. ‘진실의’라는 표현 때문이다.
‘진실한’은 정치권에서 ‘박 대통령을 배신하지 않는’ ‘국민을 위해 박 대통령을 돕는’ ‘진짜 친(親)박근혜계의’를 뜻하는 말로 통한다. 박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국회 법안 처리에 협조하지 않는 정치권을 겨냥해 “국민을 위해 진실한 사람들만 선택 받을 수 있게 해 달라”고 주문한 이후부터다. 박 대통령은 12월 개각으로 여의도 국회로 돌아가는 국무위원들에게 “들어갈 때 마음과 나올 때 마음이 한결 같은 이가 진실된 사람”이라고 말했고, 이는 ‘계속 충성해 달라’는 메시지로 받아들여졌다.
박 대통령은 단어 하나하나에 의미를 담는 스타일인 만큼, 총선을 40여 일을 앞두고 또 다시 ‘진실의’라는 표현을 쓴 것에 의도가 담겨 있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박 대통령은 이날 “퇴보가 아닌 발전을 위해, 분열이 아닌 통합을 위해 이제 국민들께서 직접 나서주시기 바란다”, “나라가 어려움에 빠져 있을 때 위기를 극복하는 힘은 항상 국민으로부터 나왔다” 등의 말로 국민의 ‘행동’을 요청했다. 국민이 무책임한 정치권을 비판하고 나아가 표로 심판해 달라는 뜻으로 볼 수 있다.
박 대통령은 정의화 국회의장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이 듣고 있는 가운데 “대내외적 어려움과 테러 위험에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이 노출돼 있는 상황에서 국회가 거의 마비돼 있고, 이는 직무유기”라고 비판했다. 이날까지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로 국회 입법을 지연시킨 야당이 국민 행동의 주요 표적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입법을 관철시키지 못한 여당에 대한 불만도 드러낸 것이다.
최문선기자 moonsu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