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율 급등에
저금리 탓 월세ㆍ준전세 전환 가속
기존 전셋값 수준으로 분양 가능
생활권 공유하는 대체 단지 인기
실거주 목적 주택 구입자들 손짓
“교통ㆍ인프라 등 꼼꼼히 따져 봐야”
서울지하철 3호선 원당역 인근 아파트에 거주중인 변모(34)씨는 석 달 앞으로 다가온 전세계약 만료를 앞두고 고심에 빠졌다. 집주인이 전세금을 인상하는 대신 반전세로 전환해 매달 월세를 30만원씩 낼 것을 통보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은 전세 매물 자체를 찾기가 어려워 아예 분양단지를 구입하기로 마음을 굳혔다. 물론 전세금으로 구입할 수 있는 분양단지를 찾는 것이 쉽지는 않았지만 불가능한 것도 아니었다. 변씨는 “직장 동료의 추천으로 인근 경기 고양시 행신동까지 후보 지역을 넓혔다”며 “같은 역세권(강매역)인데도 지금의 전세금(2억1,000만원)으로 살 수 있는 단지가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월세 부담과 이사 걱정에서 벗어날 수 있어 열차를 갈아타며 서울 도심까지 출근하는 불편은 감내하기로 했다.
봄 이사철이 본격화되기도 전에 전세 품귀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 이럴 때 세입자라면 큰 추가 부담 없이 전세대금만으로 내 집을 마련했으면 하는 바람을 누구나 해봤을 터. 거주 지역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변씨처럼 주변 대체 지역만 잘 찾으면 전셋값으로 집 장만을 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조언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수도권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지난달 말 기준 3.3㎡당 900만원을 기록했다. 2년 전(726만원) 보다 24%나 상승한 금액이다. 전세가 급증으로 서울의 경우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이 지난달 처음으로 76%를 넘기도 했다.
전세가율이 매매가에 가까워지는데도 전세 매물은 쉽게 눈에 띄지 않는다. 집주인들이 낮은 금리 탓에 월 임대료를 꼬박꼬박 받을 수 있는 월세 또는 준전세로 계약을 바꾸고 있어서다. 세입자 입장에선 준전세도 매달 나가는 지출이 상대적으로 적긴 하지만 부담스러운 건 마찬가지다.

이 때문에 실거주 목적으로 주택을 구입하는 이들이 늘면서, 기존 전셋집과 생활권을 공유할 수 있는 주변 지역 단지들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대림산업이 지난해 9월 분양한 서울 성동구 옥수동 ‘e편한세상 옥수 파크힐스’의 경우 청약 1순위에서 68.18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이는 지난해 서울지역 최고 경쟁률이다. 한강을 사이로 강남 생활권을 공유할 수 있는 단지였기 때문이다. 분양가가 비교적 고가(전용 84㎡ 8억9,000만원선)였지만 반포 일대의 같은 평형 전셋값이 10억원을 넘는다는 점이 감안돼 수요자들이 갈아탈만한 단지라고 판단했다는 분석이다.
수도권 분양시장에선 서울 지역 평균 전셋값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아파트들을 적잖이 찾을 수 있다. 현재 분양중인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일산 센트럴 아이파크’나 경기 용인시 처인구 역북도시개발사업지구A블록에 자리잡은 ‘용인역북 명지대역 동원로얄듀크’는 역세권 단지라 1시간 내로 서울 출퇴근이 가능하다. 그런데도 분양가는 3.3㎡ 당 1,000만원 초반대에 머문다.
이달 분양예정인 경기 광주시 오포읍 신현리 ‘e편한세상 태재’는 분당의 생활권을 공유할 수 있는 단지다. 신현리의 경우 차량으로 5분이면 분당구 서현동까지 이동이 가능하고 판교역까지 20분 내외면 도착 가능하다. 현재 분당의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3.3㎡당 1,016만원이고 광주지역 아파트 평균 분양가가 3.3㎡당 1,041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분당 생활권을 대체할 단지로 꼽을 만하다.
신안종합건설이 5월 내놓을 경기 하남시 미사강변도시 내 ‘하남미사 신안인스빌’은 2018년 개통 예정인 서울지하철 5호선 미사역 덕에, 서울 강동구 고덕동 일대 전세민의 수요를 담아낼 전망이다. 분양가도 고덕동의 전세가격(3.3㎡당 1,263만원)과 비슷하게 책정될 예정이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실장은 “물론 가격이 저렴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수 있는 만큼 꼼꼼히 따져봐야겠지만 주변 전세가 수준의 가격은 상당한 강점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관규기자 ac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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