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한 선거자금을 통해 재집권에 성공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나집 라작(사진) 말레이시아 총리의 개인 예금계좌에서 최소 10억 달러(약 1조 2,000억원)에 이르는 비자금이 발견됐다고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는 기존에 ‘사우디아라비아 왕가의 선물’로 알려진 6억 8,100만 달러(약 8,200억원) 외에 선거자금으로 전용된 돈이 더 있다는 의미다. 나집 총리 측은 WSJ의 보도를 즉각 부인하고 나섰다.
WSJ는 익명 소식통을 인용해 2011~2013년 나집 총리의 계좌에 10억달러 이상의 비자금이 들어있었으며 이 돈 중 상당부분은 국영투자회사 1MDB를 통해 나집 총리에게 흘러들어갔다고 보도했다. 나집 총리 측은 1일 성명서를 내고 보도를 전면 부인했다. 성명서는 “(WSJ가) 존재하지도 않는 익명의 취재원을 인용해 비도덕적인 보도를 하고 있다”는 비난까지 담고 있다.
나집 총리의 선거자금을 둘러싼 의혹은 점점 확산되는 모양새다. 애초 나집 총리는 2013년 5월 총선을 앞두고 1MDB를 통해 6억 8,100만 달러를 전용했다는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나집 총리는 이는 사우디아라비아 왕가의 순수한 기부이며, 이 중 91%인 6억2,000만 달러를 갚았다고 해명했다. 모하메드 아판디 말레이시아 법무장관도 올해 1월 나집 총리가 개인적인 비리를 저지른 일이 없어 수사를 종결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마타히르 모하메드 전 총리를 비롯한 말레이시아 국내외 여론은 여전히 나집 총리가 대규모 비자금을 운용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인현우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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