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조 시장 규모에 빗나간 눈독
입찰에 참여… 중기 확인서 제시도
중기청, 10개社 검찰에 고발키로
그룹 회장 아들이 주인인 대기업의 계열사나 관계사가 순수 중소기업들만 참여할 수 있는 공공 조달시장인 ‘중소기업자간 경쟁입찰’까지 넘보다가 적발됐다.
중소기업청은 ‘중소기업자간 경쟁입찰’ 참여 자격이 없는데도 ‘중소기업확인서’를 받은 16개 대기업 관계사를 적발, 2일부터 1년간 공공조달시장 참여를 제한하기로 했다고 1일 밝혔다. 16개사 중엔 파리바게뜨, 파리크라상으로 유명한 SPC그룹 산하 정보기술(IT) 회사인 ASPN을 비롯 아주아스콘, 디아이엔바이로 등 대기업 계열사가 많아 눈길을 끌었다. 이중 10개사는 조달시장 참여에 필요한 서류이자 기업이 완제품을 생산했다는 ‘직접생산확인증명서’까지 받았다. 중소기업청은 이 10개사는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설비와 인력을 보유하고 직접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지 여부를 확인해주는 직접생산확인증명서는 ‘중기간 경쟁입찰’에 참여할 때만 사용된다. 고발된 업체들은 유죄가 확정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대표자)에 처해지거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받게 된다. 특히 10개사 가운데 아주아스콘(납품액 131억원), 디아이엔바이로(19억원), ASPN(18억원), 삼구이엔엘(10억원) 등 4곳은 실제로 사업을 따내 납품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중기청은 공공기관 연간 구매 실적이 10억원 이상인 204개 제품을 ‘중소기업자간 경쟁제품’으로 지정, 대기업과 중견 기업의 조달시장 참여를 제한하고 순수 중소기업을 보호하고 있다. 중앙행정기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이 이 품목들을 구매하려면 중소기업자간 경쟁입찰을 통해 순수 중소기업과 우선 계약해야 한다. 그 규모만 연간 총 31조원 안팎에 달한다. 이번에 적발된 업체들은 중소기업자간 경쟁입찰에 참여하기 위해 중기청이 발급하는 ‘중소기업확인서’나 중소기업중앙회가 현장실사 후 발급하는 ‘직접생산확인증명서’를 제출한 업체다. 중기청 관계자는 “해당 기업들은 대부분이 대기업의 계열사로, 대기업의 직접적 지원을 받거나 지배 종속 관계에 있어서 ‘판로지원법’에 따라 중소기업간 경쟁입찰에 참여할 수 없다”며 “대기업의 자산, 기술력, 판매망 등을 활용할 수 있어 다른 순수 중소기업에 비해 우월적 지위에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매년 약 8만여개의 중소기업이 ‘중소기업 확인서’를 받고 있어 이들 기업들을 전수 조사, 대기업 계열사의 중소기업자간 경쟁입찰 참여를 사전 차단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데 있다. 벌금이 3,000만원에 불과,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2013년 같은 조사에서 36곳(납품 28곳), 2014년에도 26곳(납품 20곳)이 적발이 됐지만 근절되지 않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정부는 이에 따라 시행령을 개정, 7월부터는 과징금을 중소기업간 경쟁제품 매출액의 최대 30%까지로 올릴 계획이다. 주영섭 중소기업청장은 “중소기업자간 경쟁입찰 시장을 공정하게 만들어 중소기업이 중견·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박민식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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