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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시절 단짝, 백조의 호수 위로 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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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시절 단짝, 백조의 호수 위로 날다

입력
2016.03.01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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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버설발레단의 '백조의 호수' 주역 데뷔하는 동갑내기 무용수 강민우(왼쪽) 홍향기. 두 사람은 "선배들께 '최고의 춤을 출 수 있는 건 30대'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연륜에서 나오는 감정표현을 할 수 있을 때까지 무조건 발레에만 집중하고 싶다"고 말했다. 유니버설발레단 제공
유니버설발레단의 '백조의 호수' 주역 데뷔하는 동갑내기 무용수 강민우(왼쪽) 홍향기. 두 사람은 "선배들께 '최고의 춤을 출 수 있는 건 30대'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연륜에서 나오는 감정표현을 할 수 있을 때까지 무조건 발레에만 집중하고 싶다"고 말했다. 유니버설발레단 제공

수려한 외모와 탄탄한 실력으로 한국은 물론 일본에서도 팬클럽이 결성된 스타 강민우, 2006년 스위스 로잔콩쿠르 3위를 차지한 발레 영재 홍향기. 1989년생 동갑내기 두 무용수가 유니버설발레단의 2016년 첫 공연 ‘백조의 호수’(3월 23일~4월 3일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주역으로 데뷔한다. 두 사람이 함께 무대에 파드되(2인무)를 추는 건 프로 데뷔 후 처음이다.

26일 발레단 연습실에서 만난 두 사람은 “언젠가 꼭 한 무대에 서보고 싶었다. 가장 맡고 싶었던 백조의 호수 주역으로 만나 더 의미 있다”고 말했다. “처음 만난 건 초등학교 5학년 때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재학교에서요. 저녁 6시부터 10시까지 매일 같이 연습하니까 자주 놀리고, 치고받고 싸웠죠.”(강민우) “그때는 민우가 안경 썼는데 별명이 해리포터였고요, 저는 이름 때문에 냄새였죠.”(홍향기)

6살 때부터 발레를 배운 홍향기가 영재 중에서도 “유망주”로 주목받았다면 9살 때 발레를 시작한 강민우는 “산만하고 정신없고 평범한” 학생이었다고. 이 영재반에서 함께 발레를 배운 학생이 최영규(네덜란드 국립발레단) 권세은(노르웨이 국립발레단) 박예은(국립발레단) 등 내로라하는 무용수로 성장했다.

유니버설발레단 동갑내기 무용수 홍향기(왼쪽) 강민우의 청소년 시절. 강민우 제공
유니버설발레단 동갑내기 무용수 홍향기(왼쪽) 강민우의 청소년 시절. 강민우 제공

두 사람은 나란히 선화예술중학교를 다녔고, 강씨가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며 헤어졌다 2010년 유니버설발레단에서 다시 선후배로 만났다. 홍향기가 “민우는 중학생 때부터 인기 있었다”고 추켜세우자 “복도에 (저 보러 온)줄이 길어 급식을 못 먹을 정도였다. 향기도 저 좋아했을 거”라고 강민우가 너스레를 떤다. “향기가 발레단에 입단했을 때 너무 좋았죠. 저는 대학 안가고 바로 입단해 2년간 막내였거든요. 심부름 혼자하고, 다 선배들이라 편하게 말할 사람이 없더라고요. 다시 만나서 반갑다고 장난쳤는데 그때는 저를 피하더라고요.”(강민우) “제가 막 입단해 군무할 때 민우는 드미솔리스트를 했거든요. 제가 드미솔리스트 승급했을 때 민우는 솔리스트로 웬만한 주역하고 있고. ‘언제 같이 춤출 날이 올까’ 그런 생각이 들었죠.”(홍향기)

2008년 먼저 입단한 강민우가 승급을 거듭하며 발레돌(발레+아이돌)로 인기를 모으는 동안, 홍씨는 입단 6개월 만에 발목 부상으로 재활치료를 받으며 슬럼프를 겪었다. 홍향기는 “발레 그만 둬야 하나 생각까지 하던 때에 ‘잠자는 숲속의 미녀’ 공연 보러 가 남의 춤을 보고 ‘다시 발레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독한 연습을 거듭한 끝에 지난해 발레단의 간판 작품 ‘라 바야데르’에 주역으로 캐스팅되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향기는 좋아하는 동작이나 매력적인 포즈가 있으면 힘들더라도 계속 연습해서 꼭 해내요. 고집있어요.” 상대방의 장점을 칭찬해보라는 주문에 강민우가 멋쩍게 대답하자 홍향기가 눈꼬리를 살짝 올리며 주문한다. “어서 가볍다고 말해줘.”

홍향기가 “민우는 배려심이 좋다. 파트너가 누구든지 요구사항을 모두 취해준다”고 말하자 강민우가 “만만해서 좋은 거냐”고 일격을 가한다. “여자 무용수한테 맞춰줘야 작품도 잘 나오더라고요. 여자는 대체로 어떻게 해야 춤이 예쁜지 잘 아는데 남자 무용수들은 그런 것보다 기술 제대로 표현하는지, 밸런스 맞추는지 신경 쓰니까요. 손동작이나 포즈는 잘 맞춰주는 편이에요.”(강민우)

표현력과 기술, 체력이 정점에 달한 두 사람의 단점은 똑같이 숫기가 없는 거라고. 때문에 백조의 순수함과 흑조의 색기(色氣)를 어떻게 표현하느냐가 작품 성공의 알파요 오메가인 ‘백조의 호수’를 맡아 기대도 부담도 더 클 수밖에 없다. “둘 다 이번 작품에서 딱 하나만 집중하자고 했어요. 감정표현. 이 공연 후에 어떤 작품도 잘 해낼 수 있는 무용수란 걸 증명하고 싶어요.”(홍향기)

유니버설발레단의 '백조의 호수' 주역 데뷔하는 동갑내기 무용수 강민우(오른쪽) 홍향기. 유니버설발레단 제공.
유니버설발레단의 '백조의 호수' 주역 데뷔하는 동갑내기 무용수 강민우(오른쪽) 홍향기. 유니버설발레단 제공.

이윤주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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