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선수들에게 스프링캠프는 한 시즌 농사의 씨앗을 뿌리는 곳이다. 추위를 피해 따뜻한 해외로 나가기는 하지만, 50일가량 이어지는 강행군 속에 이국의 정취를 즐길 여유는 별로 없다. 선수들은 캠프에서 하루하루를 어떻게 보낼까. 한국스포츠경제는 일본 오키나와와 미국 LA 현지에서 타자와 투수 1명씩의 캠프 24시를 밀착 취재해 2회로 나누어 소개한다.
<1> 넥센 타자 김하성(21)
08:00
오늘 하루도 시작이다. 아침에 일어나면 가장 먼저 하는 것? 룸메이트인 박윤 형과 함께 아침 식사 하러 가기. "형, 식사하러 가시죠."
08:20
윤이 형과 함께 숙소 1층에 있는 선수단 식당으로 내려간다. 가장 좋아하는 메뉴는 낫또를 넣고 고추장과 함께 비벼먹는 것이다. 오늘 아침 식사도 맛있게, 배부르게 끝. 식사를 마친 뒤엔 방으로 돌아와 씻고 경기장으로 이동할 채비를 한다.
10:00
오키나와 캠프에서는 거의 매일 경기가 있다. 모두 원정경기이기 때문에 매일 오전 10시에 모여 선수단 버스를 타고 경기장으로 이동한다. 오늘도 한국에서 준비해온 최신 가요를 들으면서 출발~.
10:30
야구장에 도착하면서 본격적인 하루 일과가 시작된다. 훈련 준비를 마치면 선수단이 모두 모여 전체 미팅을 실시한다. 이강철 수석코치님은 "오늘 경기도 잘 하자, 몸 관리를 잘 하라"고 당부하셨다. 전체 미팅이 끝나면 파트별로 나뉜다. 타자들끼리 간단한 미팅을 끝낸 후 워밍업을 하며 몸을 푼다.
다음 단계는 캐치볼. 윤석민 선배와 함께 짝을 이뤄 캐치볼을 한다. 오늘은 몸이 더 가벼운 느낌이다. 이제 본격적인 훈련이 시작된다. 수비 훈련을 하면서는 기본기에 가장 신경을 쓴다. 타격 훈련을 할 때는 라인드라이브성 타구를 치려고 신경을 쓰며 배트를 돌린다. 선배들이 토스 배팅을 할 때는 공을 던져 주며 훈련을 돕기도 한다. 주루 훈련에서는 스킵 동작에 중점을 둔다. 훈련의 마무리는 스트레칭이다.
12:00
훈련을 마친 뒤에는 점심 식사가 이어진다. 원정 경기 때 점심은 주로 구단에서 준비한 도시락을 먹는다. 밥과 함께 치킨이나 돈까스, 카레 등이 들어 있다. 오늘은 치킨과 컵라면으로 점심을 먹었다. 식사를 마친 뒤에는 경기에 나갈 준비를 한다. 상대 팀이 훈련 중일 때는 더그아웃에서 상대 선수들의 움직임을 지켜보는 것도 빼놓지 않는다. (박)동원이 형과 (서)건창이 형 등도 유니폼을 갈아입고 벤치에 앉아 상대가 훈련하는 모습을 보고 있다. "오늘 경기도 이겨야겠다"는 생각이 다시 한 번 마음 속에서 피어 오른다.
13:00
하루 일과 중 가장 좋아하는 시간, 바로 경기에 뛰는 시간이다. 미국 애리조나보다 오키나와 캠프가 좋은 점은 실전이 계속 이어진다는 점이다. 매일 똑같은 일상이 반복되는 스프링캠프가 심심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오키나와에서는 매일 경기가 열리기 때문에 더 신이 난다.
오늘 상대는 일본 요코하마다. 일본 팀을 맞아 우리 팀은 베스트 라인업이 가동된다. 나는 7번 타자 유격수로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파이팅." "나이스 배팅." 내가 경기에 뛰지 않을 때도 벤치에 앉아 파이팅을 내며 팀을 응원한다.
캠프에서 평가전을 할 때 가장 신경 쓰는 건 '과정'에 대한 생각이다. 스프링캠프는 시즌을 위한 준비를 해나가는 과정이기 때문에 실제 경기를 하면서 준비한 부분이 잘 이뤄지고 있는지를 계속 확인한다. 지금 잘 친다고 상을 받는 것도 아니고 정규시즌에 잘 치기 위해 연습하는 기간인 만큼 경기를 통해 해보고 싶은 부분을 시험하기도 하면서 시즌을 위한 준비를 한다.
16:30
오늘 경기는 (강)지광이 형의 역전 스리런 홈런으로 우리 팀이 4-3으로 이겼다. 하지만 나는 2타수 무안타였다. 수비에서 아쉬움도 남는다. 숙소로 이동하는 버스 안에서 오늘의 내 플레이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면서 내일 경기에서 준비할 부분을 체크한다.
경기 전과 후 버스 안의 느낌은 사뭇 다르다. 오전에는 다들 경기를 생각하며 진지한 모습으로 가지만, 경기가 끝나고 나면 피로가 몰려와 거의 모두 지쳐 휴식을 취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오늘 하루도 아직 '반'이 더 남았다.
17:00
숙소에 도착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웨이트 트레이닝. 저녁 식사를 하기 전 웨이트로 다시 한 번 땀을 뺀다. 웨이트가 끝나면 샤워 후 저녁 식사를 하러 간다.
18:00
아침 식사를 했던 선수단 식당에서 다시 저녁을 먹는다. 아침과 마친가지로 뷔페가 차려져 있다. 다양한 음식이 준비돼 있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반찬은 고기와 김치, 김 등이다. 일본 음식은 늘 먹던 맛이 아니라 내가 주로 좋아하는 반찬들 위주로 챙겨 먹게 된다. 오늘 저녁 식사 시간도 룸메이트 윤이 형 옆자리다.
▲ 야간 훈련 모습. /사진=넥센 히어로즈
19:00
야간 훈련이 시작된다. 보통 스윙 훈련이 한 시간 가량 계속 된다. 주장 서건창 형 밑으로 야간 훈련은 필수 참석이다. 연습 경기에서 승리하거나, 전체 회식이 있는 날은 야간 훈련이 생략되거나 한다.
스윙 개수를 딱히 정해 놓고 하는 건 아니다.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면서 방망이를 돌린다. '투수 누구'를 떠올리는 건 아니지만 투수가 있다고 생각하면서 스윙을 한다. '이번 구종은 변화구'라는 생각을 하면 변화구에 맞는 타격을 하기 위해 배트를 휘두른다.
21:00
야간 훈련까지 마치고 나면 마침내 자유 시간이 시작된다. 오로지 '야구'를 위해 돌아가던 하루 중 유일하게 갖는 개인 시간이기도 하다. 지난해에는 영화를 다운받아와 보기도 했는데 올해는 딱히 그런 걸 준비해오지 않았다. 스마트폰으로 가족과 친구들에게 연락을 하거나 게임을 하다 보면 시간이 금방 간다.
윤이 형과도 많은 대화를 나눈다. 주로 야구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멘탈 부분에서도 윤이 형이 조언을 많이 해주곤 한다. 오늘도 윤이 형과 이야기를 하다 보니 시간이 훌쩍 지났다.
▲ 자유시간 숙소에서. /사진=넥센 히어로즈
22:30~23:00
모든 하루 일과가 끝나고 잠자리에 든다. 하지만 매일 밤 잠 자기 전 빼놓지 않는 게 있다. 바로 이미지 트레이닝이다. 아직 정규 시즌은 아니지만 매일 경기가 연속으로 열리는 만큼 '내일 경기'에 대한 생각을 주로 한다. 먼저 생각을 하고 준비를 한 뒤 경기를 뛰는 것과, 막상 경기에 닥쳐서 하려는 건 분명 차이가 크다. 오늘도 내일 경기에서 다시 한 번 체크할 부분을 떠올리면서 하루를 마무리 한다.
오키나와(일본)=김주희 기자 juhee@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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