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헤란서 열린 경제공동위 가서명
선급 분야 합작사 설립 MOU도…플랜트 선급 진출 훨씬 쉬워질 듯
원유 도입량 2배 확대도 추진
세계경기 불황에 따른 물동량 급감으로 위기를 맞은 국내 해운업계가 경제제재 해제로 빗장이 풀린 이란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게 될 전망이다. 18년 동안 가서명 상태로 머물러 온 양국간 해운협정이 정식 체결되고, 양국이 참여하는 선급(보험대상 선박을 선주나 보험사가 아닌 제3자의 위치에서 평가하는 것) 합작사가 설립된다.
해양수산부는 지난달 27, 28일 이란 테헤란에서 열린 제11차 경제공동위원회 해운당국 실무회의에서 양국이 해운협정에 가서명했다고 1일 밝혔다. 양국은 협정에 필요한 국내 절차를 빨리 마무리하고 정식 협정을 체결하기로 합의했다. 한국과 이란은 1998년 11월 해운협정을 가서명했으나, 2000~2004년 협정안을 수정하느라 4년을 허비했고, 서방이 이란에 대해 경제제재에 들어가면서부터는 협정 논의가 중단됐다.
해운협정이 체결되면 ▦두 나라 소속 선박은 상대국 항만에 자유롭게 기항할 수 있고 ▦상대국 항만 내에서 내국민 대우를 보장받을 수 있으며 ▦선원 신분증명서 등을 서로 인정받을 수 있게 된다. 한국과 이란은 양국 선사가 소유 선박에만 협정을 적용할 지 용선(임대)한 제3국 선박에까지 범위를 확장할 지를 두고 줄다리기를 하다가, 용선 선박을 포함하는 쪽으로 최종 합의했다.
선급 분야에서는 한국선급과 이란선급이 이란 내 플랜트 설비 인증 등을 위한 합작회사를 만들기로 합의하며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란은 경제제재가 해제되면서 원유를 증산하기 위해 육상과 해상에 플랜트 설비를 대거 새로 지을 예정인데, 양국 합작회사가 설치되면 플랜트 선급 분야에서 이란으로의 진출이 훨씬 쉬워질 것으로 보인다.
양국 해운당국은 항만 개발 분야에서도 이른 시일 안에 개발협력을 위한 MOU를 체결하기로 했다. 이란은 경제제재 해제와 함께 증가하는 물동량을 고려해 주요 항만을 개발할 계획인데, 양국 협력이 확대되면 국내 기업의 진출을 기대할 수 있다.
한편 한국과 이란은 경제공동위원회를 통해 유전 개발, 댐, 철도 등 에너지와 플랜트 분야에서도 협력을 본격화하기로 합의했다. 우선 올해부터 재개되는 이란에 대한 우리나라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의 지원대상 사업을 적극 발굴, ▦발전소 및 송배전망 구축 ▦석유화학플랜트 ▦인프라 등에서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특히 댐, 철도 등 대형 건설 프로젝트에 한국 기업이 참여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란 측은 지능형전력망(스마트그리드), 수자원 관리, 해운협정, 항만 개발, 해수 담수화, 다목적 댐 건설 등에서 한국 기업의 참여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특히 우리 정부는 이란산 원유 도입량을 2배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작년 국내 정유업체들의 이란산 원유 도입량은 약 4,200만배럴로 2011년(8,700만배럴)의 절반 수준까지 떨어진 상태다.
양국은 또 금융 분야에서 기존 결제 보조수단인 원화결제시스템을 발전시키는 한편 유로화와 엔화 등 다른 통화에 대한 결제시스템 구축도 서로 지원하기로 했다. 한ㆍ이란 경제공동위는 이란에 대한 서방의 경제제재가 이뤄지기 시작한 지난 2007년 이후 중단됐다 10년만에 재개됐다.
세종=이영창기자 anti092@hankookilbo.com
박민식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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