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중 미군의 함포 사격으로 사망한 피난민의 유족이 낸 소송에서 한국 정부의 배상 책임은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미군의 함포 사격으로 숨진 방모씨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4,888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일 밝혔다.
방씨는 1950년 9월 1일 경북 포항 송골 해변에서 미 태평양함대 소속 구축함 헤이븐호희 포격으로 함께 피난길에 올랐던 다른 민간인들과 함께 숨졌다. 방씨의 유족들은 당시 국군 3사단의 전술작전사령부 소속 함포사격장교가 요청해 포격이 이뤄진 만큼 우리 정부가 손해 배상의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1심은 당시 우리 군의 기술적ㆍ인적 자원 부족으로 함포지원체계가 없었다는 진실ㆍ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과거사위)의 결정문을 기초로 “국군 3사단에 파견된 미 군사고문단 에머리치 중령이 함포사격 요청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한국 정부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국군이 포격해 달라고 요청한 게 결정적 계기가 됐다”며 유족들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과거사위의 결론은 ‘피난민이 적군 편이 아닌 것이 분명히 확인되기 전까지는 적으로 간주하라’는 취지의 피난민 정책과 당시 적이 민간인으로 위장했을 수도 있다고 의심한 미 해군의 함포사격 실행이 결합된 결과라는 것”이라며 “한국 정부 또는 소속 공무원의 가해 행위가 아니라 미군에 의해 방씨가 희생됐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조원일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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