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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빨리 망하는 방법

입력
2016.03.01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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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어지럽고 사는 게 힘겹다. 극소수를 제외하곤 대다수의 사람들이 그럴 것이다. 평생직장이란 말도 옛말이다. 아직은 교직이나 공무원 혹은 공기업이 그 끝물 누리고 있어서 청년들에게 선망의 직장이 되고 있지만 급변하는 세상에서 어찌 될지 모른다. 교사들의 경우만 해도 학령인구 감소로 현직에 있는 이들도 전전긍긍해야 할 상황이 곧 닥칠지 모를 판에 신규 임용은 갈수록 줄 것이다. 이러니 모두 불안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삶의 의미니 자아실현이니 하는 거창한 가치는 고사하고 불안하지 않게 살 수만 있다면 좋겠다는 게 바람이니, 인생 참 어설프고 보잘것없는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든다.

이러다 망하는 거 아닐까 싶은 두려움은 비단 개인뿐 아니라 사회도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대책은 없다. 건강한 사회는 누구나 자신의 삶을 재설계 재구성할 수 있는 사회적 교육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그러나 불행히도 우리는 그런 게 없다. 그야말로 각자도생이다. 작년에 회사를 그만둔 사람이 560만명이란다. 고용보험에 든 사람 1,160만명에서 그만큼 줄었다는 건 충격적인 일이다(필리버스터를 통해 이런 것도 알려지니 다행이랄까?). 사회는 각 개인을 보호하기는 고사하고 언제든지 쉽게 버릴 수 있는 장치에만 골몰한다. 이러면서 어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가라고 할 수 있는지 의문스럽다. 사회안전망도 변변하지 않다. 그러니 모두 불안하다. 삶의 의미 어쩌고 할 겨를이 없다. 이렇게 살려고 태어났을까 원망스럽기까지 하다.

경기 전망은 어둡다. 노동개혁 미명하에 쉬운 해고를 법으로 만들고자 하는 걸 보면 암담하다. 그렇다고 정부나 사회 그리고 기업이 미래 가치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는 것 같지도 않으니 딱히 희망적이지도 않다. 그렇다면 이렇게 주저앉고 말 일인가. 사람들은 대개 불경기에 지갑을 닫는다. 그러나 당장 집이나 차를 바꿀 수 없으니 생활비와 교육비에서 조금 줄인다. 그리고 문화비는 크게 줄인다. 그러면서 가장 먼저 그리고 크게 줄이는 게 책값이다. 그걸 당연하게 여긴다. 출판사들도 출간 종수나 간행 수를 줄인다. 그렇게 점점 책과 멀어진다. 이게 빨리 망하는 지름길이다. 개인도 사회도 마찬가지다.

지금의 일자리가 보장되었건 그렇지 않건 우리는 이미 한 가지 직업으로 평생을 살 수 없는 세상에 살고 있다. 프랑스 미래학회는 21세기에는 최소한 6차례 직장 혹은 직업을 바꾸며 살아가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나 우리의 교육은 첫째 직업을 얻는 데에만 몰두한다. 그리고 그 다음의 삶은 방기한다. 사회도 마찬가지다. 이러니 정작 자신의 삶을 어떻게 설계하고 전환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속수무책이다. 그러다가 덜컥 해고라도 당하면 무방비로 당한다. 그러면서 삶은 절망으로 곤두박질친다.

그럼 대안은 없는가. 바로 책이다. 책을 읽어야 세상 돌아가는 걸 알 수 있다. 책은 그 분야의 전문가가 여러 해 연구한 결과물이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읽는 책은 별 도움이 안 된다. 예를 들어 계획한 직업이나 직종에 관한 분야의 책을 10권정도 꾸러미로 읽는다. 처음에는 용어도 개념도 생소하지만 절반쯤 읽으면 윤곽이 보이고 다 읽으면 큰 그림이 보인다. 이게 만능열쇠는 아니다. 책은 이미 과거의 지식이다. 현재 지식의 생산 유통 소비는 전문 저널에서 이루어진다. 책은 바로 그 저널을 이해할 바탕을 마련한다. 영국이나 미국 대학에서 인문교양교육의 역할은 바로 ‘여섯 번째’ 삶을 선택할 때 도움을 주는 것이라고 한다. 그게 교육이고 책의 힘이다.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없다. 당해서도 안 된다. 내 삶은 내가 주인이고 나는 내 삶을 멋지게 실현할 의무와 권리가 있다.

그런데도 책을 읽지 않는다? 그게 망하는 지름길이다. 망가진 삶을 선택하지 않으려면 당장 서점으로 달려가야 한다. 남의 손에 맡겨 살지 내가 선택해서 성공한 삶을 살지는 바로 거기에 달려있다.

김경집 인문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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