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어난 부천ㆍ인천 메탄올 중독 사고의 공통점 중 하나는 사고 발생 장소가 하청 공장이라는 것이다. 하청이란 제품의 제조나 가공 혹은 그 과정 중 일부를 위탁 받아 수행하는 것으로, 좋게 말하면 분업화 과정에서 특정 업무만 전문적으로 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일감을 준 원청업체와 이를 받아 일을 하는 하청업체 사이에 불평등 관계가 형성돼 하청업체는 일을 하거나 납품을 하고도 돈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등 불이익을 당하는 경우가 많다. 갑을 관계에서 철저한 을의 위치에 놓이는 것이다.
▦ 이번 사고의 또 다른 공통점은 피해자 다섯 명 모두 파견노동자라는 것이다. 별도 파견회사에 고용돼 있으면서도 실제로 다른 회사에서 일하는 파견노동자는 고용이 불안하고 임금도 낮다. 이번 피해자들은 파견공장에서 일할 때 메탄올을 사용한다는 사실이나 메탄올이 매우 위험하다는 사실을 알지도 듣지도 못했다고 한다. 이상윤 노동건강연대 공동대표는 “피해자들은 메탄올에 절어있는 상태였다고 할 수 있다”고 했다. 이들은 일을 시작하고 짧게는 8일, 길게는 4개월 만에 시력이 손상됐으며 한 명은 의식까지 혼미한 상태다.
▦ 사고 작업장 세 곳 중 2곳은 삼성전자 휴대폰 3차 하청업체다. 이들 업체 또한 메탄올의 위험성을 제대로 몰랐던 듯하다. 파견노동자뿐 아니라 가족에게도 일을 시킨 한 하청업체 사장은 메탄올의 위험을 알았더라면 가족에게 일을 시켰겠느냐고 항변했다. 그러니 메탄올에 대해 작업자에게 설명할 필요가 없었고 안전장구로 면장갑과 부직포 마스크 정도만 제공했던 것이다. 작업 물량에 따라 파견노동자가 달라지기 때문에 인사관리 또한 제대로 할 수 없었다. 물론 영세 업체라는 이유로 사고 책임을 면할 수는 없다.
▦ 꽃다운 20대 청년 다섯 명을 고통에 빠뜨린 이번 사고는 다단계로 갑을 구조에 얽힌 영세하청업체와 고용이 불안한 파견노동이 결합한 결과다. 비슷한 방식으로 이뤄지는 작업이 적지 않은 데다 원청업체가 위험한 일을 하청업체에 떠넘기려 하기 쉬워 언제든 되풀이 될 수 있다. 사고발생 직후 삼성전자는 1차 하청업체에 메탄올 사용을 금지하라고 했다. 그러나 노동계는 좀더 강력한 조치를 요구한다. 또 파견법 처리에만 몰두할 게 아니라 파견노동의 확대가 낳을 위험부터 생각하라고 정부에 촉구하고 있다.
/ 박광희논설위원 kh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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