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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파, 서방 국가들과 결탁해 선거 승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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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파, 서방 국가들과 결탁해 선거 승리”

입력
2016.02.2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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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지난 26일 테헤란의 한 투표소에서 투표권을 행사한 후 손을 흔들고 있다. 테헤란=로이터 연합뉴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지난 26일 테헤란의 한 투표소에서 투표권을 행사한 후 손을 흔들고 있다. 테헤란=로이터 연합뉴스

26일 실시된 이란 총선ㆍ국가지도자운영회의 선거에서 중도ㆍ개혁파가 예상 밖의 압승을 거둔 가운데, 강경파 및 종교 지도자들이 “개혁파가 서방 국가들과 결탁해 승리한 것”이라고 반발하면서 후폭풍이 번지고 있다.

29일 이란 선거관리위원회가 최종 발표한 개표 결과에 따르면 중도ㆍ개혁파가 국가지도자운영회의 총 88석 중 과반인 52석(59%)를 차지했다. 2007년 구성된 현 국가지도자운영회의 위원 중 보수파는 59석으로 과반을 차지했으나 이번 선거로 역전된 것이다. 특히 이란 민심의 척도인 수도 테헤란에서는 국가지도자운영회의 의석(16석) 중 보수파는 단 1석을 얻는데 그쳤다.

또한 총선 투표 결과 테헤란 선거구에 할당된 30석 모두 중도ㆍ개혁파가 차지했다. AFP통신은 중간 집계 결과 총 290석 중 당선자는 보수파가 100명, 중도ㆍ개혁파가 94명이라고 보도했다. 현재 이란 의회에서 보수파가 180석을 차지하는 점을 고려하면 상황이 역전된 것이다.

이에 보수파이자 사법부 수장인 사데크 라리자니는 “개혁주의자들이 선거 기간 동안 미국ㆍ영국 등 서방 언론들과 결탁했다”며 “이 때문에 기존 보수파 인사들은 국가지도자운영회의에서 무더기로 낙선됐다”고 반발했다. 국정조정회의와 사데크 라리자니가 상당수 임명권을 가진 헌법수호위원회 등에는 여전히 강경파 조직이 건재한 점을 고려하면 의회 주도권을 놓고 강경파와 개혁ㆍ중도파 간 권력투쟁이 만만치 않을 것을 예측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총선은 이란 현대사의 변곡점이 될 것이란 게 국제정치 전문가들의 한결 같은 분석이다. 특히 테헤란이 이란 정치의 중심축이라는 점에서 개혁ㆍ온건파의 ‘테헤란 싹쓸이’는 가히 선거혁명에 비견된다.

당장 올해 77세로 고령에다 건강까지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최고 지도자 하메네이의 거취에 이목이 쏠린다. 이란 신정일치 통치의 정점인 최고지도자를 임명하는 국가지도자운영회의(88명ㆍ임기 8년)에서 기존 강경파가 대거 물러날 경우, 차기 지도자 임명에 지각 변동이 불가피하다.

내년 대선에서 하산 로하니 대통령의 연임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대외적으로는 시아파 국가인 이란이 수니파 급진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와의 전쟁에서 전략적 역할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로하니 대통령은 “국제 사회와의 협력을 통해 이란 발전의 새 장을 열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다만 여전히 강한 반미 정서를 감안하면 로하니 대통령은 당분간 미국 보다 유럽권과의 관계 개선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강주형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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