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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금융위기 때 수준으로 추락한 체감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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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금융위기 때 수준으로 추락한 체감경기

입력
2016.02.2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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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체감경기가 넉 달째 하락하며 6년 11개월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이 29일 발표한 2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에 따르면 제조업 업황 BSI가 63으로 1월(65)보다 2포인트 하락했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가 불거진 지난해 6월보다도 3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비제조업의 업황 BSI도 전달보다 4포인트 하락한 64였다. 제조업과 비제조업 모두 2009년 3월 이후 최저치다. BSI 지수가 100 이하면 경기를 좋지 않게 보는 기업이 더 많다는 뜻이다. 특히 수출기업과 중소기업의 업황 BSI가 모두 전달 대비 6포인트나 급락한 것은 암울한 신호다. 기업과 소비자 체감경기를 합쳐서 보여주는 경제심리지수(ESI)도 2008년 이후 처음으로 80대(89)로 후퇴했다.

글로벌 경기침체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기업이 긴축경영에 돌입하고 있는 것도 우려된다. 기업은 채용 및 투자규모를 줄이는 방향으로 올해 경영계획을 잡고 있다. 경영자총협회가 지난 연말 최고경영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했더니 응답자의 절반 이상(52.3%)이 긴축경영을 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상황을 장기형 불황으로 판단, 공격 경영보다는 수세 경영으로 나설 태세인 셈이다. 수출이 부진한 상황에서 이처럼 투자와 고용마저 축소될 경우 경기가 급랭할 수 있다는 게 걱정거리다.

기업 체감경기 하락의 원인은 불확실한 경제 상황과 내수부진 등이다. 대외적으로는 중국 경기둔화에 대한 우려, 일본의 마이너스 금리 도입, 국제유가 하락, 북한 발 지정학적 리스크 등이 우리 경제를 짓누르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소비위축, 주택담보대출 심사 강화에 따른 주택거래량 위축 등이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이미 기업의 활력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어서, 한국은행이 제시한 3% 경제성장률도 달성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오기 시작했다.

불가항력적 외생 변수는 차치하더라도 당장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대규모로 재정을 동원할 수는 없지만, 이미 배정된 예산이라도 조기 집행을 서두를 필요가 있다. 한편으로 조선 해운 철강 등 경쟁력이 뒤처지는 산업의 구조조정을 서둘러 마무리할 수 있도록 힘을 쏟아야 한다. 필요할 경우 추가경정예산을 비롯하여 종합패키지 대책도 탄력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눈 앞으로 다가온 4ㆍ13 총선을 핑계로 정부와 정치권이 각종 경제 관련 법안 통과에 손을 놓고 있어서도 안 된다. 경제의 불확실성을 조기에 제거해 경제심리가 더 이상 위축되지 않도록 선제 대응을 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경제 주체들이 위기적 상황에 공감, 머리를 맞대고 살길을 찾아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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