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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뉴스] 여대 ROTC 3호 이화여대, 대놓고 좋아하지 못한 속사정은?

입력
2016.02.29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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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명여대 ROTC 후보생들. 한국일보 자료사진
숙명여대 ROTC 후보생들. 한국일보 자료사진

“경사스러운 일은 맞는데 맘껏 티 낼 수가 없어요.”

지난 24일 국방부 발표로 여자대학 학군단(ROTC) ‘3호’로 선정된 이화여대의 한 관계자가 기자에게 털어놓은 말입니다. 이날 이화여대는 2010년 여대 ROTC 시범대학 유치 경쟁에 뛰어든 지 6년여 만에 숙명여대, 성신여대에 이어 세 번째로 캠퍼스에 학군단을 두게 됐습니다. 분명 경사일 텐데 학교 관계자들은 어찌된 일인지 마냥 즐거운 눈치는 아니라고 하네요. 무슨 속사정 때문일까요.

이번 3호 여대 ROTC 선정에는 총 4개 학교가 뛰어들었습니다. 이화여대를 비롯, 광주여대 덕성여대 서울여대가 ‘여성 ROTC의 요람’을 표방하며 치열한 접전을 벌였습니다. 유치 희망 이유는 저마다 달랐지만, 군 내 리더십을 발휘할 여성 장교를 지속적으로 배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ROTC 창설에 열의를 보인 것이 사실입니다. 4곳 중 유일한 지방대였던 광주여대는 ‘지역균형 발전’을 강점으로 내세우기도 했지요.

결국 유치 전쟁의 최종 승자는 이화여대였습니다. 이 소식은 ROTC 선정 권한을 가진 국방부를 통해 가장 먼저 흘러 나왔습니다. 국방부는 당일 보도자료를 통해 “이화여대는 후보생 전원에게 전액 장학금과 기숙사 지원을 약속하는 등 평가항목 전 분야에서 높은 점수를 얻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습니다. 하지만 정작 선정 대상자인 이화여대 측은 이상하리만치 침묵으로 일관했습니다.

거창한 홍보를 해도 모자랄 판에 이화여대가 잠잠했던 것은 학교를 향한 ‘질투’를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여대로는 우리나라에서 처음 설립된 이화여대는 명실공히 국내 최고의 명문사학 중 한 곳으로 꼽혀왔지요. 반면 이화여대의 성장과 발전은 때로는 누군가에게 역차별과 특혜로 받아들여지기도 했습니다. 2009년 남성 로스쿨 준비생들이 여성만 입학 가능한 이화여대 로스쿨의 입학전형이 성차별적이라며 헌법소원을 낸 일도 있었을 정도입니다. 이화여대 측이 ROTC 선정을 놓고 우려한 부분도 이런 특혜 시비였습니다.

이화여대의 ‘조용한 잔치’는 또 교내에서 불거진 ROTC 찬반 논란 때문이기도 합니다. 이화여대 총학생회는 지난달 27일 ‘ROTC가 남성 중심 사고 방식을 확대한다’며 유치 반대를 공식화하는 글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렸다가 유치 찬성 목소리에 역풍을 맞아 하루 만에 게시글을 삭제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총학생회 측은 여전히 ROTC 창설에 반대하는 입장입니다.

어쨌든 오는 11월이면 이화여대에서 제복을 입고 캠퍼스를 누비는 학군 후보생들 보게 될 것입니다. 이화여대가 ROTC를 둘러싼 갈등을 얼마나 슬기롭게 봉합해 나갈지 지켜 봐야겠습니다.

이현주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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