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영언론 순시 이어 여론 장악 시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반(反) 부패 드라이브를 선전과 사상 활동에까지 확대하며 영향력을 강화하고 있다. 시 주석이 3대 관영언론매체를 방문한 직후 중국 사정당국은 언론매체를 총괄하는 당 핵심기구에 대한 철저한 내사까지 예고했다.
29일 봉황망(鳳凰網)에 따르면 중국의 감찰과 사정을 총괄하는 중앙기율검사위원회는 올해 들어 첫 순시 활동을 벌일 32개 부서 중 중앙선전부를 그 첫 번째로 지목했다. 중앙선전부는 중국의 언론매체를 총괄하며 사상 및 선전을 담당하는 부서다. 순시 활동은 장장 2개월에 걸쳐 대상 기관의 기율 위반 혐의에 대한 내사를 벌이는 게 초점이다.
후진타오(胡錦濤) 시기를 비롯한 이전의 순시활동은 당의 핵심부문에 손을 대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번 중앙선전부 순시는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진다. 이를 두고 시 주석이 자신의 집권 이후 여론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한 중앙선전부에 대한 불만을 표출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커우젠원(寇健文) 대만정치대 동아시아연구소 소장은 대만 중앙통신에 “중국 지도부는 관영매체들에 당 중앙의 정신을 더 확고히 심고 남방(南方)도시보, 남방주말 등 자유주의적 시각의 매체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번 순시활동은 비리나 부패, 사이비 기자 척결보다는 중앙선전부와 언론매체의 사상적 기강을 다잡고 내부체제를 정비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 순시 이후 중앙선전부 고위직과 언론매체 지도부의 낙마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는 이유다.
이러한 흐름은 시 주석이 중국의 권력구조에서 1인 지배체제를 강화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성격이 크다. 중앙기율위는 그 동안 저우융캉(周永康) 등 고위직 인사에 대한 고강도 반부패 조사를 진행해왔다. 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여론을 담당하는 중앙선전부에 칼날을 들이민 것이다. 시 주석이 반 부패 기조를 바탕으로 중앙기율위를 당내 핵심조직으로 키우며 조직과 인사는 물론 여론 장악까지 시도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실제 시 주석이 앞서 신화통신, 인민일보, 중국중앙(CC)TV 등 3대 관영언론 방문 직후 언론은 당과 한 가족이어야 한다는 의미로 “당을 따르라”(姓黨)고 강조하자 각 언론매체의 충성선언 경쟁이 이어지고 있는 형국이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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