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덤 스콧(36ㆍ호주)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혼다 클래식 대회를 앞두고 자신이 아끼던 롱퍼터 하나를 피터 도슨(66) 영국왕립골프협회(R&A) 전 사무총장에게 선물했다. 도슨은 사무총장 재직 당시 롱퍼터 사용을 금지하는 규정을 만든 주역이다. 덕분에 롱퍼터를 무기로 2013년 호주 선수로선 최초로 마스터스 우승을 차지하며 세계랭킹 1위에까지 이름을 올렸던 스콧은 오랫동안 험난한 일반 퍼터 적응기를 거쳐야 했다. 스콧은 “도슨의 은퇴 선물이었다”고 밝혔지만 말하자면 ‘당신 때문에 내가 고생을 하고 있다’는 무언의 시위가 담긴 셈이다.
롱퍼터 선물이 액땜을 한 것일까. 애덤 스콧이 롱퍼터와 결별한지 21개월 만에 마침내 PGA 투어 우승을 차지했다.
스콧은 29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 가든스의 PGA 내셔널 챔피언코스(파70ㆍ7,158야드)에서 열린 PGA 투어 혼다 클래식 최종일 4라운드에서 버디와 보기를 3개씩 맞바꿔 이븐파 70타를 쳤다. 최종합계 9언더파 271타를 기록한 스콧은 우승 상금 109만8,000달러(약 13억5,000만원)의 주인공이 됐다.
스콧이 PGA 투어에서 우승한 것은 2014년 5월 말 크라운 플라자 인비테이셔널 이후 21개월 만이다. 투어 통산 12승째다. 스콧은 이번 대회 우승 직후 발표된 남자골프 세계랭킹에서 랭킹포인트 5.7654점으로 지난주 13위에서 4계단이 오른 9위를 마크했다.
특히 스콧은 롱퍼터가 아닌 일반 퍼터로 정상에 올라 기쁨이 더했다. 스콧은 2011년부터 롱퍼터를 써왔다. 롱퍼터는 그립의 한쪽 끝을 가슴 부분에 고정해 시계추 원리를 이용, 공을 똑바로 보내기 쉬운 장점이 있다.
그러나 롱퍼터가 경기력에 영향을 준다는 논란이 일면서 올해 1월1일부터 사용이 금지됐고 이 규정 변화로 인해 스콧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다. 지난해 초부터 일찌감치 롱퍼터 대신 일반 퍼터에 적응하겠다는 뜻을 밝혔던 스콧은 지난해 15개 대회에 나가 우승 없이 10위 안에 세 차례 드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3라운드까지 세르히오 가르시아(36ㆍ스페인)와 공동 선두였던 스콧은 이날도 10번 홀(파4)까지 가르시아와 팽팽히 맞섰다. 그러나 가르시아가 11번 홀(파4)에서 한 타를 잃으면서 균형이 깨졌고 12번 홀(파4)에서는 스콧이 두 번째 샷을 홀 0.5m 거리에 붙여 2타 차로 달아났다. 가르시아가 16, 17번 홀 연속 보기로 승부의 추는 스콧 쪽으로 기울었다.
가르시아는 마지막 홀 버디를 기록했으나 최종합계 8언더파 272타로 1타 차 2위에 머물렀다. 강성훈(29)은 1언더파 279타의 성적을 내면서 공동 10위에 올랐다.
김기중기자 k2j@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