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통해 확산되는 지카바이러스 괴담..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서 진위 밝혀
지카바이러스 체내 잠복기는 길어야 14일
감염 후 2~3개월 지나면 임신해도 무방
국내 토착화 가능성은 낮아
‘지카바이러스에 한 번 감염되면 시간이 한 참 지난 후에 임신해도 소두증 아이를 낳는다?’
‘지카바이러스의 체내 잠복기는 2년에 달한다?’
요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지카바이러스 괴담들이다. 과연 사실일까?
29일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이 ‘지카 바이러스에 대한 5가지 오해를 풀어드립니다’ 라는 주제로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인터넷에서 떠도는 지카바이러스에 대한 소문들은 사실과 맞지 않다”라고 못을 박았다.
이 교수는 “지카바이러스가 태아에게 옮겨 가려면 바이러스가 혈액에 존재해야 한다”며 “임산부의 혈액에 지카바이러스가 발견되는 것은 감염 후 1주일 정도이기 때문에 이 기간만 지나면 문제가 없다”라고 설명했다. 실제 남미에서는 여성이 지카바이러스에 걸린다고 해도 감염 후 2~3개월만 지나면 임신해도 괜찮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교수는 지카바이러스의 체내 잠복기가 2년이라는 괴담에 대해서도 “지카바이러스 감염증의 잠복기는 보통 2~7일에서 길어야 14일”이라고 못박았다.
다음은 이 교수가 이날 포럼에 함께 참석한 염준섭 성균관대 강북삼성병원 감염내과 교수와 함께 지카바이러스 관련 괴담에 대해 설명한 내용이다.
-침 등 키스를 통해서도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될 수 있나.
“가능성이 극히 적다. 침에서 살아있는 지카바이러스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설령 지카바이러스가 침에 산 채로 존재한다고 해도 상대 입 안에 상처가 있어야 감염된다. 지카 바이러스는 혈액을 통해 감염되기 때문이다. 모유를 통한 지카바이러스 감염 가능성도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모유에서도 아직 살아있는 지카바이러스가 발견되지 않았다. 때문에 세계보건기구(WHO)도 모유를 먹이는 것은 괜찮다고 했다. 물에선 바이러스가 희석되므로 물을 통한 전파 가능성도 거의 없다. 수혈을 통한 전파 가능성은 있지만 국내에선 해외여행을 다녀온 지 1개월이 지나야 수혈을 가능하므로 수혈을 매개로 한 지카바이러스 감염은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본다.”
-임산부가 모기 기피제를 사용하면 안 좋다고 하던데.
“임신부 중 일부는 모기 기피제에 독성이 있다는 이유로 꺼린다. 하지만 미국 질병관리센터(CDC)는 임산부에게 디에틸톨루아미드(DEET)ㆍ이카리딘ㆍ레몬 유칼립투스 오일이 든 모기 기피제를 사용해도 괜찮다고 한다. 다만, 허브 등 천연성분 중엔 과학적으로 효과나 안전성이 증명되지 않은 성분도 포함돼 있다. 이 성분들이 임산부에게 안전한 것인지 반드시 확인하고 사용해야 한다.”
-올해 브라질 올림픽을 계기로 지카 바이러스 환자가 급증할 수 있다고 하더라.
“요즘만큼 증가하진 않을 것으로 본다. 브라질 올림픽이 열리는 기간에 남미의 겨울이다. 날씨가 선선해서 모기가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브라질 안에서도 지카바이러스는 소득이 낮고 위생 상태가 떨어지는 북부에 집중되고 있는데 올림픽이 열리는 곳은 남부지역이므로 큰 영향은 없을 것이다.”
-지카바이러스가 소두증이나 길랑바레증후군을 일으키는 것은 분명한가?
“아직 논란이 있지만 지카바이러스와 소두증의 관련성은 어느 정도 인정되고 있다. 세계적으로 권위를 인정받은 의학저널인 ‘뉴잉글랜드의학저널(NEJM)’ 최근호에 2013년 12월부터 브라질에 거주하다가 2015년 2월에 임신한 슬로베니아 여성(25)의 사례가 상세하게 다뤄졌다. 이 여성은 임신 32주차에 태아의 성장 지연과 소두증이 발견돼 임신중절을 했는데 태아의 뇌 조직에서 지카바이러스가 검출됐다. 지카바이러스와 길랑바레 증후군의 관계는 소두증보다 밝혀진 것이 더 적다. 길랑바레 증후군은 말초신경이 망가지는 병으로 운동장애ㆍ호흡장애 등을 일으키며 심하면 생명을 잃기도 한다.”
-국내에서 지카바이러스 감염 환자가 발생할 경우 어떻게 조치해야 하나.
“국내에서 지카바이러스 감염증 발생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다. 하지만 환자가 생겨도 굳이 격리 조치를 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지카바이러스는 방역을 통해 예방이 사실상 불가능한 질병이다. 감염돼도 열이 나지 않는 등 무증상 감염자가 전체의 80%에 달하므로 공항이나 항만 검역은 의미가 없다. 다만 국내에서 지카바이러스가 토착화할 가능성은 몇 년 이내엔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세종=김진주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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