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봉규(38)가 야구 인생의 새로운 페이지를 열었다. 독일 분데스리가 야구팀 부흐빈더 레지언나레 레겐스쿠르크 유니폼을 입고 현역 선수 생활을 이어간다.
강봉규는 29일 본보와 전화통화에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기분”이라며 밝게 웃었다. 강봉규의 새 소속팀인 부흐빈더는 2010년부터 2013년까지 4년 연속 분데스리가 우승을 차지한 팀이다. 지난 2013년과 2014년 삼성에서 한솥밥을 먹은 밴덴헐크(소프트뱅크)가 그의 독일행을 도왔다. 강봉규는 “작년 12월쯤 이야기가 나왔다. (밴덴헐크가 고향인) 네덜란드에 갔을 때 알아봐 줬다”며 “도전을 할 수 있게 도움을 줬다. 나에겐 가장 고마운 사람이다”며 진심을 전했다. 밴덴헐크도 “응원한다”며 강봉규의 새로운 출발을 축하해줬다.
2000년 두산에 입단해 프로에 데뷔한 강봉규는 2006년 삼성에 이적했다. 2009년 타율 0.310을 기록하며 20(홈런)-20(도루) 클럽에 가입했고, 16년간 통산 909경기에 나와 타율 0.262, 49홈런 262타점을 기록했다. 하지만 지난해 말 삼성에서 방출된 뒤 무적자 신분으로 지내야 했다. 그는 “팀에서 나오고 나니 취업 때문에 고민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알겠더라. 막막한 마음이 들었다”며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 다행이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최근 몇 년간 불안한 입지를 걱정하며 시즌을 준비해야 했던 그는 설렘으로 새 시즌을 기다리고 있다. 강봉규는 “설레고 궁금하다. 주변 환경은 어떨까, 선수들은 어떨까 그런 부분이 궁금하다”고 말했다.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새 구장도 찾아봤다. 그는 “야구장이 국내 야구장 보다 좋더라. 구단에서도 라커룸 시설이 좋다고 이야기를 했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낯선 곳으로 떠난다는 결심이 쉽지 만은 않았다. 하지만 야구를 계속 할 수 있다면 어떤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강봉규는 “선수 생활을 더 할 수 있는 점이 가장 컸다. 국내와 같은 큰 리그는 아니더라도 어차피 같은 야구를 하는 게 아닌가. 새로운 곳에서 배울 수 있고, 경험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며 결심을 굳힌 이유를 전했다.
이어 “오로지 야구만을 봤다. 연봉도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가족들도 두고 홀로 독일로 간다. 강봉규는 “가족들도 응원 반, 걱정 반인 것 같다”며 “그래도 가족이 지원을 해주니 갈 수 있다”며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모교 고려대에서 훈련을 해온 그는 몸을 만들기 위한 준비와 함께 영어 공부도 한창이다. 그는 “개인적으로 훈련을 하다 보니 팀에 있을 때보다 연습을 많이 못했다. 조금씩 몸을 만들어 가는 단계다”며 “영어가 많이 어렵다. 훈련을 마치고 피곤한 몸으로 하려니 더 어려운 것 같다”며 쑥스러운 듯 웃었다.
우리 나이로 서른 아홉, 모험보다 안정이 어울리는 때다. 하지만 그는 기꺼이 도전을 택했다. 강봉규는 “돌이켜 보니 그 동안 너무 편하게 살았다. 구단에서 해주고, 지인들이 도와주고, 스스로 한 게 없었다. 이제 나 혼자의 힘으로 스스로 부딪혀보겠다”며 새 출발선에 선 각오를 전했다. 강봉규는 오는 15일 독일행 비행기에 오른다. 야구선수 강봉규의 인생 2막이 오른다. 김주희기자 juh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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