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엄청난 화요일’인 슈퍼 튜스데이다. 미국의 대통령선거는 11월 첫 화요일에 열려서 경선도 대체로 화요일에 치른다. 그런데 오늘의 경선은 한두 군데가 아니라 민주당과 공화당을 합해 모두 13개 지역에서 실시된다. 오늘 전당대회에서 결정되는 대선후보를 뽑을 대의원 수는 민주당은 전체 4,763명 가운데 1015명(21.3%), 공화당은 2,472명 가운데 595명(24.1%) 씩이나 된다. 때문에 미국 대선경선 가운데 가장 큰 분기점이고 승자는 본선에 성큼 다가서는 반면, 패자들은 대개 다른 주자에게 자신의 지지층을 몰아주면서 거취를 정리하게 된다.
민주당 경선에서는 지금까지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3대 1로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을 앞서고 있다. 클린턴이 뉴햄프셔(동부)를 빼고 아이오와(중서북부)와 네바다(서부)를 돌아 사우스캐롤라이나(동남부)에서 승리했다. 클린턴은 지난 주말 흑인의 압도적 지지로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이겼듯이 오늘도 흑인들이 비교적 많은 텍사스, 조지아. 앨라바마, 버지니아, 테네시, 아칸소 등에서 이길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비하여 샌더스는 젊은 층과 백인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얻어서 바람을 확산시켜 뉴햄프셔에서 이긴 뒤 아이오와에서도 선전했지만 그 다음에는 한풀 꺾였다. 오늘도 샌더스는 결과를 낙관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공화당 경선에서도 지금까지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가 3승으로 한 지역만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에게 내준 채 다른 주자들을 가볍게 제쳤다. 오늘도 트럼프의 돌풍은 버지니아, 조지아, 오클라호마 등 무려 9개 지역에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문제는 정작 공화당 지도부에 있다. 트럼프가 대선후보로 될 경우에 커질 불안감과 불확실성 때문에 공화당 지도부의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그래도 오늘의 경선을 포함해 당분간은 대의원 배분이 득표에 비례적으로 이루어지지만 미니 슈퍼 튜스데이가 치러지는 3월 15일부터는 승자독식 방식으로 결정된다. 전국적 지지가 높은 트럼프에게 몰표가 갈 수 있기 때문에 근심은 더 깊어질 것이다.
결국 앞으로 공화당에서는 트럼프와 반트럼프 전선을 형성하는 것으로 경선의 초점이 맞춰질 것이다. 지금까지 각각 17명의 대의원을 확보하여 2위 군을 형성하고 있는 크루즈와 마크 루비오 상원의원이 계속 각자 도생하려 한다면 이미 82명의 대의원을 확보한 채 오늘 대승을 앞둔 트럼프가 3월 15일 슈퍼 튜스데이까지 595명 전체 대의원의 절반을 쉽게 챙겨 공화당 경선이 사실상 끝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공화당 지도부가 크루즈와 루비오 사이에 후보 단일화나 연합전선 등 연합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이에 비하여 민주당의 경선흥행은 당분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물론 클린턴 입장에서는 3월 15일 미니 슈퍼 튜스데이에서 승부를 결정짓고 싶어 하겠지만 샌더스가 젊은층과 백인들의 지지를 유지시킬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경선흥행은 민주당 전체에 적지 않은 자산이고 대선승리에 도움이 된다. 그러나 앞으로 무소속인 샌더스는 결국 민주당 당원이 아니라는 한계에 부딪혀서 낙오하게 될 것이다. 유력 기부자, 전현직 고위선출직, 핵심 당원 등으로 구성되어 자유대로 지지후보를 결정할 수 있는 민주당 슈퍼 대의원이 전체의 15%(712명)를 차지하는데 이들은 거의 클린턴을 지지한다는 점도 향후 경선결과를 예측하게 만든다.
미국의 대선 경선과정은 이처럼 주마다 다르고 정당마다 다른 규칙에 따른다. 복잡하기 그지없는 미국의 경선과정은 그래도 오랜 전통을 가지고 있을뿐더러 예측 가능하게 진행된다. 유권자의 참여와 관심도 지대하고 경선과정도 역동적이다.
반면 불과 40여일 앞두고 있는 한국 총선은 경선일정과 경선방식마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공천과 관련된 살생부니 불복이니 잡음도 끊이지 않는다. 유권자의 관심과 참여가 높을 것으로 기대되기는커녕 경선과정 여론조사에서 불법이나 편법이 끊이질 않을 것이란 예상만 높다. 어디부터 손볼지 아득하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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