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沖繩)는 규슈 남쪽으로 약 685㎞ 떨어진 일본 최남단에 위치한 섬으로 포근한 날씨와 천혜의 자연 경관이 어우러져 ‘아시아의 하와이’로 불리는 매력적인 섬입니다. 소설 홍길동전에 등장하는 율도국(律島國)의 무대라는 설도 있습니다.
류큐왕국의 슈리 성터, 시키나엔, 세이화우타키를 비롯해 총 9군데가 2002년 12월 유네스코에서 지정한 세계유산에 등록된 명소로 인근 동남아인들의 여행지로 각광 받는 곳이기도 합니다.
1년 만에 다시 찾은 오키나와엔 큰 변화가 있었습니다. 웬만한 식당, 상점의 간판이나 메뉴판에는 한국어가 병기돼 있고, 렌털카의 네비게이션에도 한국어 안내 서비스가 추가되었습니다. 오키나와현에서 가장 번화가인 나하에는 우리말을 어렵지 않게 구사하는 일본인들도 많습니다.
오키나와가 한국인들에게 특별히 인기가 있는 이유는 바로 한ㆍ일 양국의 국민 스포츠라 할 수 있는 야구 때문입니다. 한국과 일본의 프로야구 팀들은 매년 2월 중순부터 3월 초까지 이 곳에서 스프링캠프를 치릅니다. 따뜻한 날씨와 야구장 및 각종 관련 시설을 갖춘 최적의 환경 덕에 점차 이 곳을 찾는 팀이 늘어나 서로 연습경기를 치르면서 매스컴에 의해‘오키나와 리그’로 명명되기에 이르렀습니다. 공식적인 리그가 창설된 것은 아니지만 실전에 버금가는 규모와 열기가 뜨겁습니다.
과거 일본 프로야구팀들만의 전지훈련지였던 이 곳에 최초로 발을 들여놓은 한국 팀은 1993년 LG 트윈스였습니다. 이듬해 삼성 라이온즈와 쌍방울 레이더스가 가세해 규모가 커지기 시작한 끝에 지난해엔 NC 다이노스를 제외한 9개 구단이 집결했습니다. 2000년대 들어 오키나와에 스프링캠프를 차리는 구단들이 늘어나면서 한ㆍ일전이 잦아지자 2010년 일본 야구기구(NPB)에서는 ‘오키나와 리그’를 공식 명칭으로 붙이자는 제안을 한국야구위원회(KBO)에 한 적도 있습니다.
올해도 한국과 일본의 11개 팀이 모인 이 곳은 정규시즌을 방불케 하는 뜨거운 분위기가 화제입니다. 승패에 연연하지 않는 연습경기임에도 관중석은 늘 가득 차며 야구장 앞은 각종 행사와 먹거리로 가득해 축제 분위기입니다. 야구가 국기(國技)와도 같은 열성적인 일본팬이 주를 이루지만 최근엔 한국인들이 대거 관중석을 점령하는 모습도 낯설지 않습니다. 이른바 오키나와 ‘야구 패키지 여행’을 떠나 온 이들입니다. 정규시즌 개막을 앞두고 하루라도 먼저 야구를 보기 위해 비행기를 타는 골수팬들도 있지만 상당수 휴양객들입니다. 야구 경기 관전이 하나의 관광 코스로 자리 잡은 것인데 호텔 등에 비치된 오키나와 여행 가이드 팜플렛에는 연습경기 일정과 각 야구장의 위치가 표시돼 있을 정도로 야구는 오키나와의 ‘명물’이 되었습니다. 이 곳에서 택시를 타면 기사들이 건네는 첫 질문은 “어느 팀을 보기 위해 왔느냐”입니다.
일본 최고 인기 팀인 요미우리 자이언츠 경기의 경우 연습경기임에도 입장 티켓이 우리 돈으로 약 4만원을 호가하기도 합니다. 오키나와 경제는 야구가 먹여 살린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입니다. 야구인들은 오키나와를 찾을 때마다 “우리도 제주도를 오키나와처럼 만들면 참 좋겠다”고 부러워 합니다. 오키나와=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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