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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쑥날쑥 심의 탓에 한옥 살기 힘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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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쑥날쑥 심의 탓에 한옥 살기 힘들어요”

입력
2016.02.29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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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누하동 ‘송인재’ 외부 모습. ©심윤석
서울 누하동 ‘송인재’ 외부 모습. ©심윤석

서울 경복궁 주변은 이른바 한옥 마을로 불린다. 서울시는 전통 한옥을 보존하기 위해 한옥을 새로 짓거나 수리하는 사람들에게 지원금을 주는데 그 기준이 모호해 오히려 한옥의 발전을 가로막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서울시가 새로 마련한 한옥심의기준에 따르면 내부 공간, 외부 입면 별로 몇 가지 기준이 있다. 창호의 경우 외부와 마당에 면하는 창호는 목재창틀로 하고 상하부 인방(벽을 지탱하는 나무나 돌)을 설치할 것, 담장의 경우 높이는 인접한 한옥 외벽을 고려하고 그 너머로 한옥의 몸체가 드러나도록 할 것 등이다. 이중엔 현대식 생활에 맞지 않는 것도 있는 데다 ‘고려하고’ 등의 모호한 표현 때문에 심의가 길어져 6개월 만에 지을 집을 1년 이상 걸리는 경우도 발생한다.

“(한옥이)전통 양식에 맞냐를 판단하는 심의인데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요. 심의위원도 계속 바뀌고요. 한옥은 단열이나 방수에 취약하기 때문에 이미 우리 생활 양식과 멀어졌어요. 변하지 않으면 사라질 수 밖에 없습니다. 누하동에서 청년 주민이 사라지고 관광지처럼 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준 아키텍츠 김현석 소장의 말이다.

취약한 주변 기반시설도 문제다. 공용이든 사설이든 주차시설이 부족해 1층에 필로티 구조로 주차장을 만든 연립주택에 살지 않는 한 차를 이용하기가 쉽지 않다. ‘송인재’ 주인 염재숙씨는 “갓난아이 있는 부부가 장을 본 뒤 집에서 한참 떨어진 곳에 차를 세우고 짐을 들고 집에 돌아오기가 얼마나 불가능한 일인지 (시에서)전혀 모르는 것 같다”며 “사람이 편하게 살게 하는 것 생각하지 않고 집 모양만 가지고 심의를 하니 아파트에 밀릴 수 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움건축 양지우 소장도 한옥 리모델링 과정에서 심의 때문에 네댓 달 고생하다 결국 지원금을 포기했다. 그는 한옥을 짓거나 고칠 때 지역의 관련 정책을 반드시 검토하라고 조언한다. “한옥은 현대식 건물과 비교했을 때 시공비가 두 배 듭니다. 웬만한 애착 없이는 쉽게 시도할 수 없는데 심의마저 들쑥날쑥하면 더 많은 사람이 한옥에서 멀어지겠죠.”

황수현기자 s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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