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뭔가 있구나.”
심판의 “차렷” 신호 뒤에 바로 이어진 출발 버저 소리에 수영계 지도자 A씨는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A씨는 부정 경기라고 생각했지만 결국 출발이 좋았던 선수가 1등을 했다. A씨는 “심판과 해당 선수가 미리 짜지 않으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했다. 차렷 신호에 준비자세를 취한 뒤 2,3초 후 부저에 출발하는 게 통상적인데도, 미리 알았다는 듯 일찍 출발한 선수가 실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가대표ㆍ상비군 선발 과정에서 심판을 매수해 경기를 조작하거나 객관적 기준 없이 선수를 선발하는 등 수영 대표선수 선발에 부정이 만연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심판과 결탁해 경기 결과를 바꾸는 것이 예전 방식이라면 최근에는 기록을 재는 터치패드 고장을 이유로 심판들이 스톱워치를 사용해 경기 결과를 조작하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록도 없이 연맹 임원들이 자신들의 전문성을 내세워 대표를 선발하기도 한다. 한 수영 관계자는 “올림픽처럼 다른 기관이 개입되지 않는 선수권대회 선수 선발에 이런 일이 많다”며 “연맹 임원들이 어린 선수의 장래성이나 사회인 선수의 발전 가능성을 이유로 대표로 선발하기도 한다”고 푸념했다.
심판이 채점을 하는 다이빙이나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 심판 판정이 경기에 영향을 미치는 수구에서도 이 같은 비리가 비일비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같은 대표선수 선발 과정의 비리에 대한 첩보를 입수해 확인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이원석)는 지난주부터 심판과 선수 등 수영계 관계자들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국가대표 선수 선발과정에서 수억원의 뒷돈을 받은 혐의 등으로 22일 구속된 연맹 전무이사 정모씨가 이 같은 수법을 통해 대표 선발에 개입했는지 가리기 위해서다. 검찰 관계자는 “지난주부터 특정 혐의 등을 확인하는 차원에서 수영계 다양한 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고 밝혔다.
안아람기자 oneshot@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