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혁신기업들의 공통점은 혁신이 ‘공허한 구호’에 그치지 않도록 이를 실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기업 내부에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독일 미국 브라질 러시아 중국 등 20개국에서 최고혁신기업을 선정하는 글로벌 경영컨설팅 전문업체 AT커니는 “최고 혁신기업으로 선정된 업체들은 혁신 문화가 깊이 뿌리 내린 공통점이 있다”며 “늘 미래지향적이면서 변화에 정신이 팔려 시야가 좁아지는 우를 범하지도 않는다”고 주장했다.
3M, ‘근무시간 15%는 자신에게 써라’
미국의 3M은 1907년 회계원으로 입사한 윌리엄 맥나이트 전 최고경영자(CE)가 혁신 문화를 꽃피웠다. 1949년 CEO에 오른 그는 “실수를 비난하면 직원들의 진취성을 말살한다”며 “회사가 계속 성장하려면 진취적인 직원이 더 많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런 원칙에 따라 ‘15% 규칙’을 도입했다. 직원들에게 근무시간의 15%를 자신만의 프로젝트와 아이디어를 위해 사용하라고 권장하는 제도 덕분에 유명한 ‘포스트 잇’이 등장했다.
화학자 스펜서 실버는 1968년 강력접착제를 만들기 위해 연구하다가 실패했다. 직원들은 ‘15% 규칙’을 이용해 10년간 개선방법을 연구했고 결국 다른 화학자인 아트 프라이가 스펜서 실버의 아이디어를 이어받아 뒷면에 접착제를 바른 종이를 1979년 세상에 내놓았다. 3M은 15% 규칙 등에 힘입어 매출의 3분의 1이 출시 5년 미만인 신제품에서 발생한다.
3M의 인게 툴린 CEO는 이에 만족하지 않고 “2017년까지 5년 미만 신제품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37%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 아래 연구와 개발을 분리했다. 그는 “중앙연구소 과학자들은 자유롭게 순수 연구에 몰두해 돌파구가 될 만한 기회를 찾고 각 사업부 개발팀은 중앙연구소가 개발한 기술을 응용해 제품을 개발하라”고 강조했다. 이 방식을 접착제부터 연마재, 감지기, 전자재료까지 46개의 핵심기술에 적용해 35개국에 있는 5대 사업부와 모든 연구소에서 공유한다.
인도 타타그룹, 실패한 혁신 시도 사례 홍보하며 독려
인도 최대 자동차 브랜드 타타모터스는 2000년대 인도의 자동차 시장이 구조적 변화를 겪을 때 변화를 꾀했다. 신흥시장에 초점을 맞춘 엔지니어링과 연구에 과감히 투자했고 인도 최초의 스포츠 유틸리티 자동차 ‘사파리’, ‘세계에서 가장 싼 자동차’로 알려진 ‘나노’를 출시했다. 특히, 경트럭 ‘에이스’는 2005년 시장에 선보인 후 ‘소형 상용차’라는 새로운 시장을 만들며 100만대 이상 팔렸다.
이런 제품들이 서공할 수 있었던 요인 중 하나는 위험을 감수하고 실패하는 직원들이 승진과정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한 점이다. 오히려 타타그룹은 한 발 더 나아가 도전적인 실패를 한 팀의 사례를 공개 격려한다. 실제로 타타그룹은 2010년과 2011년 80개 계열사가 착수한 3,200개 혁신 과제 가운데 절반 이상이 상업적으로 성공하지 못했다. 새로운 변속장치를 개발하려다 포기했고 소형차 ‘나노’에 부착할 문을 개발하려는 시도도 목표만큼 비용을 절감하지 못했다. 그러나 타타그룹은 두 가지 실패를 과감한 혁신 시도의 대표 사례로 크게 홍보했다.
필름회사 체베, 위기를 기회로
1961년 설립된 독일 필름업체 체베는 디지털 카메라 바람 속에서도 꾸준히 수익을 내고 있다. 체베는 디지털 카메라 바람이 불던 1994년 온라인 사진 처리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준비에 착수했다.
당시 내부 반발이 컸지만 디지털 사진을 현상 하는 사업에 3억5,000만유로(약 4,400억원)를 투자했다. 체베는 오랫동안 구축한 소매점포망과 연합해 새로운 사진 현상 서비스인 포토북 사업을 개발해 2006년 선보였다. 소비자가 디지털 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쉽고 빠르게 정리해 사진 앨범으로 인쇄해 출력하는 온라인 서비스 ‘체베 포토북’은 체베의 성장 동력으로 우뚝 섰다. 특히 체베는 포토북 사업의 가능성을 보고 다른 업체의 소프트웨어로 사업을 시작해 시간을 벌면서 자체 포토북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그 결과 체베는 2013년 온라인 사진 인쇄 서비스 분야의 선두기업으로 올라서며 매출 약 5억2,860만유로(약 6,000억원), 영업이익 2,940만유로(370억원)를 달성했다. 반면 경쟁사인 코닥과 아그파는 파산했다.
요즘 체베는 언제가 될 지 모르지만 포토북 사업의 몰락을 대비하고 있다. 그래서 휴대용 정보기술(IT)기기 에 주목한다. 롤프 홀랜더 체베 CEO는 “체베의 강점은 탄탄한 혁신 토대와 적절한 혁신 전략의 조화”라며 “모든 기술과 제품은 언제인가 수명이 다하기 때문에 직원들이 계속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성도 글로벌 기업문화 도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우선 일부 계열사의 경우 이달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글로벌 기업들처럼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직을 분리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재계 관계자는 “글로벌 기업들 상당수가 채택한 제도여서 글로벌 표준에 가까운 만큼 삼성도 글로벌 기업에 맞는 경영환경을 갖추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민식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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