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할 오늘] 2월 29일
톰 행크스 주연의 스티븐 스필버그 신작 ‘스파이 브릿지(Spy Bridge)’는 1957년 6월 체포된 소련 스파이 루돌프 이바노비치 에이블(1903~1971)을 변호해 사형을 면하게 하고 소련에 체포된 미국 첩보원과의 스파이 교환 비밀협상을 성사시킨 미국 변호사 제임스 도노번(James B. Donovan)의 실화를 소재로 한 영화다.
1957년이면 로젠버그 부부가 원자폭탄 제조 기밀을 소련에 넘긴 혐의로 사형을 당한 지 4년 뒤. 핵 냉전의 공포와 반공주의가 극에 달한 때였다. 영화는 당시 소련 간첩을 변호하는 일이, ‘앵무새 죽이기’의 애티커스 핀치가 흑인 청년 로빈슨을 변호하던 것 못지않은 용기와 자존을 요구하는 일이었음을 잘 보여준다. 도노번은 다들 마다했던 에이블의 변호를 맡아, 시늉만 하라는 주문을 무시하고 헌신적으로 변호했다. 미 수정헌법 6조는 형사 피고인의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그는 FBI의 증거 수집 절차가 수정헌법 4조(부당한 수색 체포 압수 금지) 위반이라며 증거능력을 항변했고, 재판에서 가망이 없자 그를 살려두는 게 스파이 교환 등 예상되는 국면에서 미국 국익에도 도움이 된다며 판사를 설득도 한다. 57년 11월 재판부는 에이블에게 사형이 아닌 30년 형을 선고했고, 도노반은 항소했다. 대법원 상고심에서 도노번은 에이블이 적이라는 이유로 범죄자로서의 권리를 박탈당했다고 주장했다. “적이라고 하더라도 그는 비겁자는 아니었다. 전장을 버리고 도망치지도, 자신의 존엄을 포기하지도 않았다.(…) 우리도 그에게, 우리의 법치와 민주주의 시스템을 보여줘야 하지 않겠는가. 냉전의 가장 위대한 무기가 바로 그것 아니겠는가.”(대사 수정)
62년 미국 신예 첩보기 U2가 소련 영공에서 미사일 공격을 받고 추락, 조종사 프랜시스 게리 파워스가 소련 법정에 서게 된다. 기밀 누설을 염려한 미ㆍ소는 동독에서 비밀 교환 협상을 시작하고, 미 당국은 도노번에게 협상을 의뢰한다. 영화는 도너번의 에이블 변호와 저 협상 과정의 활약상을 감동적으로 그렸다.
제임스 도노번은 1916년 2월 26일 태어났다. 하버드 법대를 나와 뉘른베르크 전범재판 검찰로 참여했고, 50년 동료와 뉴욕서 로펌을 차려 보험전문 변호사로 일했다. 역시 변호사였던 그의 형 존(1913~1955)은 51년 뉴욕 주 상원의원에 당선돼 심장마비로 숨진 55년까지 재직했다. 제임스 도노번은 61년 4월 피그만 침공(미국에서 훈련받은 쿠바 망명자들의 카스트로 정부 전복 작전) 실패로 쿠바에 억류돼 있던 포로 교환 협상 임무(62년)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뒤 그 해 말 뉴욕주 민주당 상원의원 선거에 출마했다가 낙선했다. 1970년 별세. 영화의 또 한 명의 주인공 에이블은 모스크바로 돌아간 뒤 KGB의 해외 첩보원 양성 책임자로 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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