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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종훈의 자동차 현대사] 첫사랑보다 진한 기억, 포텐샤

입력
2016.02.2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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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부터 <오토다이어리> 오종훈 편집장의 칼럼을 격주로 연재합니다. 1990년 이후 최근까지 출시된 국내외 자동차에 얽힌 시대상을 전해드립니다.

그랜저의 대항마로 등장했다가 10년 만에 단종된 준대형 세단 포텐샤. 기아자동차 제공
그랜저의 대항마로 등장했다가 10년 만에 단종된 준대형 세단 포텐샤. 기아자동차 제공

자동차산업의 역사를 옆에서 지켜본 지 26년째다. ‘마이카’ 시대가 열리던 1991년 한 잡지사에서 자동차와 질긴 인연을 시작했다. 1년을 꼬박 선배들을 따라다니며 시승 보조자 역할을 한 뒤 비로소 시승기 배당을 받았다. 기아자동차의 ‘포텐샤’였다. 그때 쓴 포텐샤 시승기는 기자로서 ‘입봉작’인 셈이니 첫사랑보다 더 진하게 기억에 남아 있다.

서울 여의도 국회 앞 기아차 본사에서 차를 받아 경인고속도로를 달렸다. 기아차 홍보실 직원 한 명이 차량 설명을 하면서 시승을 도왔다. 앞바퀴 굴림방식인 현대차의 일명 각 그랜저와 달리 부드러운 이미지의 포텐샤는 후륜구동 방식을 적용해 안정감 있는 주행성능을 보였다.

차 크기에 비해 실내는 그리 넓지 않았다. 중대형 세단을 독자적으로 개발할 능력이 되지 않았던 기아차는 일본 마쓰다의 중형 세단 ‘루체’를 기본으로 포텐샤를 만들었다. 길이는 4,955㎜로 제법 길었지만 차폭이 1,725㎜에 불과해 대형 세단으로서 좁다는 지적을 받았다.

기아차가 포텐샤를 내놓은 것은 당시 그랜저가 석권하던 대형 세단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서였다. 대우자동차 ‘슈퍼살롱’이 나름 선전하고 있었지만 그랜저에 역부족이었던 상황에서 포텐샤가 뛰어들며 본격적인 3파전이 시작됐다.

신차 발표회는 1992년 4월 28일 서울 남산의 하얏트 호텔에서 열렸다. 포텐샤는 중형세단 ‘콩코드’의 윗급이자 기아차의 플래그십 세단으로 출시됐다. V6 3.0(200마력)과 2.0(120마력) 가솔린 엔진이 장착됐다. 가격은 3.0 3,130만원, 2.0 수동은 1,980만원이었다.

사이드 임팩트바, ABS 등 지금은 기본 중의 기본인 기능들이 당시에 ‘첨단 기능’으로 소개됐다. 프로젝션 램프도 포텐샤를 통해 국내에 처음 도입됐다. 에어백은 아직 설치되기 전이었다. 그해 5월 생산이 시작된 포텐샤는 1997년 4월 ‘엔터프라이즈’에 플래그십 자리를 넘겨주고 준대형 세단으로 내려갔다.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본격화한 ‘모터리제이션’에 힘입어 한국 자동차산업은 1990년대 초반까지 활기를 띠며 약진했다. 1987년 42만대 수준이었던 내수규모는 1991년 100만대를 훌쩍 넘겨 110만4,000대에 달했다. 하지만 1991년에 39만대를 수출했으나 아직 세계 무대에서 존재감이 그리 크지 않았다.

수입차에 부과되던 관세는 1992년 17%로 3%포인트 낮아졌지만 여전히 높아서 수입차 가격이 비쌌다. 서민들에게 수입차는 아직 먼 나라의 이야기였던 시절 내수시장을 풍미한 포텐샤는 출시된 지 꼭 10년이 지난 2001년 4월 단종되며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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