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마을운동이 저개발국 국민들의 주인의식(임파워먼트) 키운다”
주낙영(56) 지방행정연수원장이 지난 19일 경북대에서 행정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논문의 화두는 그가 공직생활 대부분을 몸담았던 경북도의 새마을 세계화운동이었다. 이 운동이 저개발국 국민들의 개인, 집단적 주인의식과 자신감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는 내용을 체계적으로 분석한 것이다. 주 원장과 새마을운동과 논문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_박사논문 제목이 ‘임파워먼트가 인식차원의 원조효과성에 미치는 영향’이다. 무슨 내용인가.
“지금까지 빈곤퇴치를 위해 선진국과 국제기구에서 엄청난 원조를 해 왔지만 지구촌 빈곤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저개발국 국민 스스로 빈곤을 극복하기 위한 의지와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런 관점에서 어떤 원조사업도 그 나라 국민들의 임파워먼트에 도움이 되지 않는 사업은 의미가 없다는 생각을 전제로 새마을 세계화사업이 그들의 임파워먼트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임파워먼트의 향상이 원조의 기대효과와는 어떻게 연결되는지 실증 분석했다.”
_임파워먼트라는 용어가 쉽지 않다. 정의를 내려달라.
“임파워먼트는 워낙 다의적인 개념이라 한마디로 정의하기가 쉽지는 않다. 쉽게 이해하자면 당사자에게 권한이나 힘(power)을 부여한다(em)는 뜻이다. 학계에서 통용되는 가장 일반적인 정의는 ‘개인이나 집단이 자신이 처한 환경에 대해 비판적인 인식을 하고 이를 개선, 극복하기 위해 자신의 삶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자원이나 의사결정과정에 통제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즉 자신감, 주인의식, 참여, 자조 같은 용어와도 연결되는 개념이다.”
_임파워먼트를 원조효과성과 연결시켰는데 그럼 원조효과성이란 무슨 뜻인가.
“당초 기대한 목표를 얼마나 달성했는가의 개념을 말한다. 가령 새마을사업으로 마을회관을 짓는다고 할 때 통상 계획된 기간 안에 주어진 예산으로 설계한 건물을 다 지으면 사업목표를 달성했다고 평가하기 쉽다. 하지만 그건 진도평가일 따름이지 성과평가라고는 할 수는 없다. 마을회관 건립을 통해 주민들의 자립, 자활 의지를 얼마나 향상시켰느냐, 소득증대에는 얼마나 기여했느냐 등 당초 기대한 목표를 달성했을 때 효과가 있었다고 평가할 수 있는 것이다. 논문에서는 새마을사업에 대한 주민들의 만족도, 지속 가능성, 확산 가능성 등을 목표로 보고 달성 정도를 평가했다.”
_이 논문이 주목받는 것은 경북도가 추진 중인 새마을세계화운동과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임파워먼트와 새마을운동, 어떤 연관성이 있나.
“새마을운동 초기에 임파워먼트라는 용어는 없었지만 주민들의 임파워먼트 향상에 매우 크게 기여한 성공적인 지역사회개발 모델이었다. 새마을운동을 할 때 무슨 사업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고 재원부담과 이익분배는 어떻게 할 것이지 정부가 일절 관여하지 않았다. 정부는 최소한의 가이드라인과 마중물 성격의 예산이나 물자만 지원하고 나머지는 마을 주민 스스로 결정해서 집행토록 했다. 마을총회에서 주민들이 사업을 정해 필요한 토지를 희사하고 재원과 노동력을 분담해서 사업을 성취시킴으로써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효능감을 갖게 되었다. 그게 바로 임파워먼트다. 저개발국의 빈곤 문제도 주민들 스스로 주인의식을 갖고 문제와 해결책을 찾아가는 과정 속에 해답이 있다고 생각한다. 과거 1970년대 우리의 농촌 새마을운동이 했던 방식처럼.”
_당초 새마을운동이 우리의 임파워먼트를 키웠고, 세계화운동을 통해 해외 저개발국의 임파워먼트를 키우고 있다는 것인가.
“그렇다. 경북도의 새마을 세계화사업은 비록 명시적으로 그것을 목표로 내세우지는 않았지만 현지 주민들의 개인적, 집단적 임파워먼트 향상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임파워먼트 구성 요인들간에 어떤 인과관계가 있는지, 영향력의 강도는 어떤지 통계적으로 분석했고 나라별, 마을별 차이와 그 이유에 대해서도 살펴봄으로써 프로그램 개선에 필요한 정책적 시사점을 검토했다. 결론적으로 경북도의 새마을 시범마을 사업이 인류에게 희망의 빛을 제공할 수 있는 아주 이상적인 국제개발 모델이라고 확신한다. 사실 유엔개발계획(UNDP)이나 세계은행(IBRD) 같은 국제기구에서 새마을운동에 주목하는 것은 새마을운동의 이런 임파워먼트적 성격이다. 임파워먼트는 그들이 국제협력개발을 할 때 내세우는 핵심 목표이자 전략이다.”
_경북도가 현재 하고 있는 새마을 세계화운동을 평가, 개선점도 지적해 달라.
“경북도의 새마을세계화 사업은 기존의 지역사회개발방식과 자원봉사 즉 지역사회복지모델을 결합한 매우 독특한 원조모델이다. 기존 물량위주의 원조방식과는 달리 현지인들의 의식개혁과 태도변화, 즉 임파워먼트를 겨냥한 비용 대비 효과가 매우 높은 방식이다. 그렇다고 문제점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대상마을 선정이나 새마을리더 봉사단원을 선발할 때 좀 더 세심하고 체계적인 노력을 기울이면 좋을 것이다. 성공 가능성이 높은 마을, 그리고 스스로가 임파워된 봉사단원과 마을 지도자를 선발하는 것이 필요하다. 봉사단원과 현지 지도자의 역량강화와 팀워크 향상을 위해 교육기간도 좀 더 늘리고 훈련과정도 좀 더 충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_지방행정연수원장으로 간 지 6개월이 흘렀다.
“지방 사무관(5급) 이상 간부 공무원에 대한 교육이 주 임무다. 사이버 교육까지 포함하면 연간 15만여 명을 교육하고 있다. 지역과 국가발전을 이끌어가는 지방 핵심인재를 양성하고 있다는 점에서 보람을 느끼고 있다.”
_경북도 행정부지사로 2년 4개월을 근무했다. 30년의 공무원 생활 중 경북도와 가장 오랜 인연을 맺고 있다. 경북도 발전을 위해 한 마디 해달라.
“김관용 지사께서 남다른 지도력으로 도정을 잘 이끌고 계신다. 굳이 덧붙이자면 이번 다보스 포럼에서 주제가 된 제4차 산업혁명 시대를 주목했으면 좋겠다. 좀 더 넓은 시야와 전망을 가지고 미래 발전을 위한 준비를 하자는 것이다. 다른 나라와 지역과 비교, 연구해서 새로운 정책을 선점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경북도 공무원들이 그런 점에서 좀 더 사명감과 주인의식을 갖고 임파워되기를 희망한다.”
전준호기자 jhjun@hankookilbo.com
●약력
능인고 졸업
성균관대 행정학 학사
서울대 행정학 석사
경북대 행정학 박사
29회 행시 합격
경북도 비서실장 경제통상실장
주뉴욕 총영사관 부총영사
경북도 행정부지사
지방행정연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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