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8년 설치된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 연세대 앞 지하보도는 2014년 인근에 횡단보도가 만들어진 후 이용자가 거의 없다. 사실상 보행통로 기능을 잃은 버려진 공간인 셈이다.
서대문구는 이 공간을 청년 창업인과 문화예술인의 창작 활동을 지원하는 ‘창작놀이센터’로 바꾸기로 하고 공간의 별칭을 공모 중이다. 길이 54.1m, 폭 6.8m 규모의 창작놀이센터는 음악, 연극 등에 활용될 소공연장과 연습실, 세미나실, 창업존 등으로 구성될 예정으로 6월 개관한다.
서대문구 관계자는 “신촌 연세로(신촌 로터리~연세대 정문)가 대중교통전용지구로 조성되면서 자연스럽게 신촌 도시재생의 콘셉트가 문화예술이 됐다”며 “창천동 4-113번지 시유지에 내년 건립하는 ‘신촌문화발전소’와 더불어 신촌의 문화 거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도심 유휴지가 예술가들의 창작 요람으로 변신 중이다. 서울시가 2008년 문화의 경제적 가치를 앞세우면서 도심의 버려진 시설을 잇달아 문화공간으로 재활용해 온 데 이어 최근에는 자치구들까지도 문화예술 중심 도시 개발에 나서고 있다.
지하보도를 예술공간으로 바꾸는 작업은 서대문구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마포구 역시 홍대입구역 사거리 서교지하보도(현재는 폐쇄)를 문화창작공간으로 조성해 예술인들의 아지트로 꾸밀 예정이다.
중구의 경우 장충체육관 입구에서 다산팔각정에 이르는 동호로 17길 일대 1,050m를 다산동 성곽예술문화거리로 만드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따라서 중구는 이 지역 활성화를 위해 예술가들에게 손을 내밀었다. 현재는 독서실로 쓰이는 성곽길 중간부의 충현경로당 2층(102.82㎡)과 이웃한 주택 1층 공간(61.26㎡)을 월 10만~15만원의 비용으로 3월부터 예술가들에게 문화창작소로 임대해 준다. 디자인, 회화, 조각, 영상, 사진, 원예, 한지 등 예술ㆍ공예 분야 작가들이 대상이다. 중구는 2018년 이 일대에 들어설 지하 3층~지상 4층 규모의 공영주차장 중 지상 2~4층을 공연장과 전시공간 등으로 사용해 문화거점으로 삼기로 했다.
앞서 2009년 문을 연 신당창작아케이드 등 서울문화재단이 운영하는 예술공간은 유망 작가 발굴의 장이자 지역 명소로 떠올랐다.
하지만 광역자치단체에 이어 문화예술시설 운영 경험이 부족한 기초자치단체까지 예술 특구 만들기에 뛰어들면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서울시와 각 자치구 사이에 문화 창작공간 개설을 조율하고 소통할 통일된 창구는 마련돼 있지 못한 실정이다.
한 미술계 관계자는 “예술가를 위한 공간이 늘어나는 것은 환영할 만하지만 기초자치단체 사업의 경우 도시계획과 문화정책을 통합적으로 추진하는 노하우가 부족하기 때문에 광역자치단체의 경험을 충분히 공유하고 소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소연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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