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 장기화 예고…공적자금 회수는 배당 높이는 쪽으로 가닥

윤창현 공적자금관리위원회(공자위) 민간위원장(서울시립대 교수)이 우리은행 매각과 관련, “팔겠다는 의지는 여전하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고 밝혔다. 지난해 정부가 중동 지역 국부펀드를 상대로 투자 협상을 벌인 데 이어 최근 이광구 우리은행장이 직접 해외로 나가 투자자 물색에 나섰지만, 우리은행 매각은 또다시 불발되거나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윤 위원장은 28일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우리은행을 매수할 의지가 있었던 중동이 저유가로 휘청거리면서 투자 여력이 없어졌다”며 “유럽도 대형은행을 중심으로 부실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우리은행 지분을 취득하려는 움직임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중동과 접촉했더니 (중동이)저유가 쇼크에 빠졌고, 다시 유럽과 접촉했더니 제2 금융위기가 거론되는 상황”이라며 “우리은행 매각은 운(運)도 작용하지 않는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정부는 작년 7월 다섯번째 우리은행 매각 방안을 발표하면서 아부다비투자공사(ADIC) 등 중동 지역 국부펀드를 상대로 협상을 벌였으나 작년 말 저유가로 산유국 재정 적자가 커지면서 진척을 보지 못했다. 이에 이 행장이 이달 16~26일 영국 런던, 독일 프랑크푸르트 등을 돌며 투자자 물색에 나섰지만 유럽은행 부실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우려 등이 제기되며 이 또한 쉽지 않은 상태다. 게다가 국내 증시가 휘청대면서 우리은행 주가는 26일 현재 8,780원으로 쏟아부은 공적자금을 회수하기 위한 가격(1만3,500원)에 턱없이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와 관련, 우리은행 측은 “이 행장의 이번 해외 일정은 매각 대상을 찾기 위한 측면도 있지만 기존 주주와 투자자들에 대해 우리은행을 제대로 알리기 위한 투자설명회(IR)의 성격이 강했다”고 말했다.
윤 위원장은 올해 우리은행 매각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전제로 공적자금 회수 방안의 전략 수정도 예고했다. 윤 위원장은 “매각이 지연될 때는 그에 맞게 전략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며 “우리은행의 작년 실적이 좋았던 만큼 배당을 늘려 공적자금 회수를 늘리는 방안을 제시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대혁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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