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도 고민하지 않고 무조건 하겠다고 했어요.”
지휘자 구자범(46)은 26일 서울 가회동에서 한국일보 등과 인터뷰를 갖고 “제가 오페라하우스에서 10년 일했던 사람인데, 오페라 아리아에 관한 연극이고, 윤석화 선생님이 하는 거고. 생각할 게 뭐 있어요? 재밌는 건데”라며 이렇게 말했다.
구자범이 연극 ‘마스터클래스’(3월 10∼20일 서울 LG아트센터)의 음악감독 겸 피아노 반주자로 나선다. 소프라노 마리아 칼라스가 은퇴 후 성악가를 상대로 열었던 수업을 바탕으로 한 이 작품은 배우 윤석화의 데뷔 40주년 기념작이란 점 외에도 구자범의 복귀로 화제가 됐다. 그는 2013년 성희롱 의혹으로 재직하던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를 떠난 뒤, 의혹이 사실무근으로 밝혀졌지만 지난해 고등학교 동문 음악회의 지휘를 맡은 적을 제외하고는 두문불출해왔다. 배우 윤석화가 이 음악회를 찾아 이 연극의 출연을 제안했다.
구자범은 1994년 “지휘의 ABC를 가르쳐 준” 고 유봉헌 지휘자가 뮤지컬 ‘아가씨와 건달들’을 지휘하며 피아노 반주를 맡게 됐고, 이 연습에서 윤석화를 처음 만났다. 구씨가 독일 유학 후 국내 무대에 데뷔하며 윤석화가 발행한 잡지에 인터뷰를 했고, 이후 간간이 연락을 주고받았다.
-클래식 아닌 장르에 대한 거부감은 없었나.
“첫 번째 무대가 뮤지컬 ‘아가씨와 건달들’이고 독일 오페라하우스는 시즌에 반드시 한두 개의 뮤지컬이 올라가는데 (제가)다 지휘했다.”
-무대에서 지휘가 아니라 피아노를 친다.
“경기필에 있을 때도 사람들 앞에서 피아노 치고 지휘하고 다 했다. 피아노치는 게 더 즐겁지. 내 소리를 내는 거니까.”
-이제 무대에 서겠다고 결심했을 때 출연 제안을 받은 건가.
“아마추어가 하면 무대가 아니고 피아노 치면 무대가 아닌가. 제가 생각하는 무대는 관객 한 명이 앉아있더라도 내가 다 (연주)하는 거다. 좋은 사람들과 즐거운 작업하는 것에 대해서는 거부감 없다. (이 작품이)집에서 노는 거라고 해도 참여했다.”
-즐겁게 작업하자는 제안 많이 들어왔을 텐데 활동 안 한 거 아닌가.
“이렇게 즐거운 제안은 없었다.”
-제작 시스템에 대한 믿음, 제작자(윤석화)에 대한 믿음 때문에 택했나.
“그거다. 저는 무대에 안 서겠다고, 관객 안 만나겠다고 선언한 적 없다. 그게 불편한 적은 없다. 제가 관객과 싸웠나. 같이 작업을 하는 사람들이 누구냐가 중요하다. 지휘는 백 명과 같이 하는 거니까. 내 진심을 다해서 제대로 하려고 할 때 ‘돈 안주면 안 해’ 이런 사람들 말고 정말 좋아하는 사람들과 하고 싶다는 거다. 여기서는 그게 보장된다. 10분 출연하는 사람도 (남의 연습을)보고 또 본다. 나는 ‘밤을 새서라도 하겠다’는 사람들과 하겠다는 거지. 작업이 즐거워야 하고, 진짜 제대로 해야 하고. 그게 싫은 사람들이 있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면…. 연출이라면 (배우들과 싸우고)시사회 때 가서 (작품)보겠지만, 지휘자는 무대에 올라가야 하기 때문에 좀 전에 화내고 무대에서 웃을 수 없다.”
-이번에 역할이 반주자다.
“원래 유대인 반주자인데 (윤석화가)이번에는 구자범이 치는 걸로 하자더라. 분장 안하고 대사 없는 게 조건이었는데, 대본 보니 대사는 없을 수가 없다. 마리아 칼라스 대사에 저절로 귀 기울일 때가 있다. 공감이 많이 간다. 내가 저렇게 하고 살았으니까. 저렇게 하면 사람들 다 싫어한다고 아는데, 근데 그렇게 해야 한다. 지적하는 방법의 문제지.”
-20년 전과 지금 윤석화 연습 방식이 달라졌나.
“큰 차이는 없다. 연습은 시작 시간만 있고, 끝난다는 시간은 없다. 그게 재미다. 효율적으로 하는 걸 반대하는 게 아니라 (연습)할 게 있으면 해야지. ‘내가 무슨 맥락에서 나오는지를 모르면 안 된다’는 여기 방식을 저는 좋게 본다. 음악할 때는 불가능하겠지만.”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 비슷한 제안하면 또 할 건가.
“(이 작품은)제가 피아노치기 때문에 되는 거다.”
이윤주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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