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자 울린 ‘무도’ 윤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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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 울린 ‘무도’ 윤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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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27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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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으로 유명한 윤태호 작가. 27일 MBC '무한도전'에 출연해 현대인의 슬픔으로 "무너진 일상성"을 언급해 공감을 샀다. 방송 캡처

‘미생’으로 유명한 윤태호 작가가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에 출연해 28일 온라인을 뜨겁게 달궜다. 멤버인 광희의 멘토로 출연해 한 말이 꿈을 잃은 ‘88만원 세대’와 ‘피로사회’ 속에 허덕이는 현대인들의 공감을 사 화제가 된 것이다.

윤 작가는 이날 방송에서 현대인의 가장 큰 문제로 “무너진 일상”을 꼽았다. 그 예로 ‘미생’의 한 장면을 언급했다. 맞벌이를 하고 있는 선 차장이 일에 치여 약속 시간보다 늦게 자신의 아이를 어린이집으로 찾으러 가는 장면이다. 이 때 선 차장은 ‘우리가 행복하자 돈을 버는 건데 우리가 피해를 보고 있어’라는 말을 한다.

이를 두고 윤 작가는 “우리 아파트 1층에 어린이집이 있어 아이를 맡겼는데, 내가 일이 생겨 늦게 찾으러 갔더니 어두컴컴한 저녁에 종일반 아이들이 우루루 나오더라”며 “이걸 보고 ‘많은 사람들이 일상이 무너져 있어 힘들어 하는 구나’를 느껴 책에 쓴 것”이라고 말했다.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윤 작가는 “일상의 중요성을 깨달아야 한다”고 봤다. “일상이 무너지면 여행을 간다고 공허함이 채워지는 게 아니다”라는 게 그의 말. 윤 작가는 “몇 년 전 남극 세종기지를 다녀 왔는데, 척박한 주변 환경 속에서 일상성을 지키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 지 알게 됐다”며 “내 가족이 일상을 지키며 일상적인 언어로 보람 있게 채워져야 잘 살고 있다고 할 수 있는 것”이란 말을 했다.

이는 윤 작가가 유재석 등 ‘무한도전’ 멤버들이 시민을 상대로 상담을 해 줄 때 임하는 자세를 설명하며 한 말이다. 이날 방송은 ‘나쁜 기억 지우개’ 특집으로 전파를 탔는데, ‘무한도전’ 멤버들이 윤 작가 등 사회 유명 인사 및 상담 전문가에 먼저 고민 거리를 상담 받은 후 직접 시민의 상담을 나서는 콘셉트로 꾸려졌다. 윤 작가는 혜민 스님을 비롯해 김병후 정신과 전문의, 김현정 자살방지위원회 상담사 등과 함께 출연했는데, 현대인들의 고민에 대한 현실적인 이야기로 시청자들의 가장 큰 공감을 샀다.

윤 작가는 꿈에 대해 시청자들에 생각해 볼 거리를 던지기도 했다. 그는 “‘미생’으로 인터뷰를 하면 ‘당신은 꿈을 이룬 사람인데’ 라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며 “하지만 내가 꿈을 이룬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꿈이라는 건 단순히 만화가나 과학자 혹은 연예인 등 직업이 아니라 직업 앞에 어떤 태도로 수행해야 하는 내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만화가를 예로 들면 만화가가 되는 게 꿈이 돼선 안 되고 ‘사람들에 웃음을 줄 수 있는’ 만화가란 식으로 방향을 설정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얘기다.

윤태호가 대학입시에 떨어진 뒤 만화를 그리기 위해 상경해 길에서 노숙을 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던 일은 유명하다. 그는 “난 20대 때 욕망덩어리였다. 이상한 복수심과 화가 나 있어 내가 어려서 꿈꿨던 만화가의 모습과는 굉장히 다른 괴물이 돼 있었다”는 옛 얘기도 털어왔다.

‘무한도전’에서 캐릭터를 잡지 못해 힘들어하는 광희에 대한 충고는 취업을 앞둔 청년들과 현실의 벽에 막혀 취업과 결혼 등을 포기한 ‘88만원 세대’의 마음을 울렸다.

윤 작가는 이날 광희에 “자신을 지운 상태에서 (프로그램에)적응하려 하니까 안 되는 것”이라며 “자신의 캐릭터를 더 강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고 했다. 자신의 장점을 어필하는 걸 놓치고 조직에 적응하는 것만 고민하다 개성을 잃을 수 있다는 조언이다. 윤 작가는 “걱정을 모호하게 하면 모든 게 걱정거리”라며 “(걱정의)실체를 확실하게 알고 대비해야 한다”는 충고도 했다. 주위 사람들의 말만 듣고 휩쓸리지 말고 자신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스스로 파악하고 해결 방법을 연구해야 답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윤 작가는 말을 접한 네티즌은 격하게 공감을 표했다. 방송 직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트위터와 인터넷 연예 게시판 등에는 ‘윤태호 작가 말씀. 잊지 않으려 노력해야겠다.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는 사람, 일상이 무너지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을 내 꿈으로 삼는 사람, 단순히 직업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장차 무엇을 할까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할 수 있는 사람’(cantabil****), ‘윤태호 작가께서 상담하는 광희를 보면서 어제의 내가 생각났다. 자신의 구체적인 언어가 필요한 사람 대표로 나와서 고맙고 안쓰럽고, 내가 듣고 싶은 말을 듣게 해줘서 고맙다’(Hong****), ‘윤태호 작가의 일상이 무너짐을 들으면서 울고 말았다. 너무 바쁘고 힘들어서 일기 쓰는 시간과 책 읽는 시간이 아깝고 밥 먹을 때가 없었을 때 저랬었던 것 같다’(rod_f***) 등의 글이 쏟아졌다.

양승준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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