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위가 한층 누그러진 27일 오후 초록색 조끼를 입은 시민 2만여명(경찰추산1만3,000명)이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 앞에 모여 4차 민중총궐기대회를 열었다. 이들은 ‘박근혜 독재 심판하자’ ‘나라 꼴이 엉망이다’ 등의 현수막을 들고 취임 3년을 맞은 박근혜 대통령의 실정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ㆍ전국농민회총연맹 등 노동ㆍ사회단체들의 연대체인 민중총궐기 투쟁본부는 이날 대회사를 통해 “박근혜 정권은 근로기준법의 취지를 전면 부정하는 불법 정부지침을 통해 일반해고를 강행했다”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고통을 100억원에 팔아 먹고, 개성공단을 폐쇄하는가 하면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강행해 중국의 보복에 민중을 노출시켰다”고 소리 높였다.
투쟁본부는 또 “박근혜 정권의 반민주ㆍ반민생 폭주가 계속되고 있음에도, 야당 선대위원장은 개성공단 폐쇄에 찬성한다는 말을 거리낌 없이 하고, 테러방지법이 강행되고 있음에도 중재안을 내세우고 있는 등 야당 또한 참담한 모습”이라고 강조했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진상규명 촉구와 역사교과서 국정화 등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유경근 4ㆍ16 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은 한발자국도 진전되지 않았다”며 “어린 아이의 인권을 보장받고 제대로 누릴 수 있는 세상을 만들 때까지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이준식 한국사교과서국정화 저지네트워크 정책위원장은 “초등학교 교과서에서 위안부 문구가 삭제되고, 박정희 전 대통령을 ‘법에 따라 통치했다’고 기술하고 있는 등 국민 뜻과 반대로 가고 있는 현 정권을 심판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집회 참가자들은 두 시간여 동안 ▦노동개악 반대 ▦백남기 농민 국가폭력 책임자 처벌 ▦테러방지법 철회 ▦역사교과서 국정화 철회 ▦사드 배치 철회 ▦위안부 합의 무효 등의 요구안을 주장한 후 집회를 마무리 지었다.
참가자들은 오후 5시 30분쯤 ‘생명 평화의 일꾼 백남기 농민 국가폭력 책임자 처벌과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도보 순례단’을 선두로 첫 집결장소인 서울광장을 출발해 을지로입구, 종각, 종로5가, 대학로로 이어지는 3.7㎞ 구간을 행진했다. 오후 7시10분쯤 최종 목적지인 서울 혜화동 마로니에공원에서 이어진 집회에서 엠뱃 유손 국제건설목공노련 사무총장은 “세계 노동조합은 박근혜 정부의 비민주적인 행태를 반대하고 이에 맞서는 캠페인을 이어가고 있다”며 “역사는 반복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제1차 민중총궐기 당시 경찰이 쏜 물대포를 맞고 현재까지 의식불명 상태에 빠진 백남기 농민의 장녀 백도라지씨도 이날 행사에 참석했다. 그는 “이날 집회에서는 경찰이 시위대를 호위해줬는데 이럴 것이었다면 왜 1차 민중총궐기엔 물대포를 쐈는지 답답한 마음이 든다”며 “지금 테러방지법을 두고 국회에서 필리버스터가 이어지고 있는데, 테러방지법이 통과된다면 문명적이지 못한 순간이 될 것”이라고 발언했다.
이날 경찰은 오후 6시 20분쯤 종로5가 부근에서 약 27분간 교통정리를 하겠다며 집회 참가자들의 행진을 잠시 제지했다. 당시 경찰과 집회 참가자들 사이에 고성이 오가는 등 언쟁이 일었지만 이날 행사는 별다른 충돌 없이 오후 7시 40분쯤 마무리됐다.
박주희기자 jxp93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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